여러분들, 모두 안녕하신가요? 여러분의 21년은 어떠셨나요? 마티의 올해 상반기는 죄다 건축 책 소식이었어요. 『전후 일본 건축』, 이어 『한국주택 유전자』 1, 2권까지. 그리고 초여름엔 모베가 쓴 『건축을 무엇을 했는가』(워크룸프레스)가 세종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그즈음 죽순의 손가락이 원인불명의 통증을 일으켜 우리 모두는 아침마다 그녀의 길디긴 손가락들을 매만지며 하루를 열었는데, 그 증상이 급기야 '글루텐 프리'라는 구슬픈 현실로 이어지는...(아, 다시 정신 차리고) 봄의 꽃내음과 함께 머리부터 발끝까지 센스로 넘치는 퐁퐁이 왔는데요, 믿기지 않아요. (작년부터 이어지는 연말 특집 '올해의 땡땡' 코너가 그녀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어요. 아니라고, 작년엔 참여도 안 했고 출근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하!) 가을부터는 조스바의 결혼 소식이 시작됐어요. 저는 결혼식만 가면 엉엉 우는 습관이 있는데, 내년 2월에 만날 우리 조스바의 식장에서 어떻게 참아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겨울이 되자 수상 소식이 줄줄이 이어졌어요. 초여름 『마이너 필링스』의 퓰리처 상 최종후보 선정을 시작으로, 『한국주택 유전자』가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한국주택 유전자』, 『강철왕국 프로이센』, 『전후 일본 건축』이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되었어요. 그리고 연말에 유력 언론과 매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책에는 거의 빠짐 없이 『마이너 필링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21년, 올해의 * * 은 무엇인가요?
망설이지 말고 보내주세요. 올해 마지막 각주는 구독자 여러분의 "올해의 * *"으로 꾸며집니다.
❝ 2021 마티의 책 별 다섯 개 ❞ 마티 책 트리에 우수수 별을 달아봅니다. 2021년 마티가 낸 아홉 종의 책에 우스개 별점이지만 애정(과 애증)이 듬뿍 담긴 별점을 달아보았어요. 구독자 분들의 픽과 별점을 기다릴게요! 『전문가와 (목공) 동호인을 위한 수납 디자인』 고급 DIY ★★★★★ 깨알 정리팁 ☆ 올수리 참고 도서 ★★★ 『전후 일본 건축』 20세기 소년과의 마리아주 ★★★★ 현대 건축 일본편 ★★★★★ 화려한 사진 ★☆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베를린 판타지 ★★ 독자와의 시너지 ★★★★★ 표지의 예쁨 ★★★★ 『한국주택 유전자』 1, 2 우리 집 찾기 ☆ B4와 토너 구입비 💰💰💰💰💰 창작자를 위한 자료 ★★★★★ 『우리는 실내형 인간』 프로 집순이집돌이력 🛌🛌🛌🛌 매일 쓸고 닦는 청소 중독자라면 ★ 개방형 사무실을 원하는 상사 선물용 ★★★★★ 『마이너 필링스』 밑줄 치다 닳은 연필 🖍🖍🖍🖍🖍 『호밀밭의 파수꾼』이 인생작이라면 ★ SNS 출현 빈도 ★★★★★ x 2 『나무의 맛』 나무가 주는 위로 ★☆ 저자의 마티 사랑 ★★★★★ 일을 핑계로 쓴 시식 비용 ★★★★★ 『성교육은 ‘다음’을 가르칩니다』 제목의 중의적 매력 ★★★★ 교육 사례 나눔 ★★★★★ 저자의 유튜브 출연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바흐 깊이 알기 ★★★★★ 크리스마스 + 연말 분위기 🎄🎄🎄🎄🎄 나른 지수 ★★
❝ 2021 연말정산 시작합니다. 올해의 * * ❞ 올해의 🔊 모베
기후 위기에 관하는 책은 대단히 많습니다. 라투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도 제법 있고요.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은 이 둘의 조합, 그것도 대단히 뛰어난 결합이에요. 그의 철학을(객체 지향 등) 내 문제(기후 위기)를 통해 들려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라투르주의자로 개종될 것 같은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 올해의 음반: La Petite Bande & Sigiswald Kuijken, The Complete Liturgical Year in 64 Cantatas (Accent, 2017)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를 준비하면서 구입했어요. 리히터의 고전적인 녹음, 가디너의 교회 칸타타 전집이 있었지만, 성부 당 한 명의 성악가를 배치한 카위컨의 녹음이 궁금했지요. 역시 스케일이 작고 소박한 카위컨이 가디너보다 취향에 맞습니다. 잘 세팅된 시스템 앞에 앉으면 네 명의 성악가가 스피커 사이에 솟아오르는 걸 '볼' 수 있을 거에요.
📻 올해의 오디오: darTZeel NHB-108 파워앰프
매년 오뉴월이면 여름용 앰프를 찾습니다. 아지랑이가 눈에 보일 만큼 뜨거운 진공관 앰프 대신 여름을 날 수 있는 뜨겁지 않은 앰프가 필요하거든요. 2006년 무렵 출시되었을 때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darTZeel(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한데, 보통 ‘다질’이라고 적는다. 대문자 T를 묵음처리해도 되는 걸까) 앰프를 15여 년의 시간 덕에 중고로 업어올 수 있었습니다. 스피커의 모든 잠재력을 정교하고 우아하게 뽑아내네요. 겨울도 함께 보내고 있어요. 100년 전 많은 이들이 디자인과 건축이 세상을 바꾸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죠. 혁명 직후 소련에서 이 믿음 아래 만들어진 학교가 있었으니 브후테마스입니다. 거장들의 신화가 제품가격의 후광이 되어버린 바우하우스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브후테마스에 대한 최고의 책입니다. 디자인, 인쇄, 제본의 완성도도 무척 뛰어나니 절판되기 전에 사두길 권합니다. 올해의 🌱 죽순 💦 올해 얻은 것과 잃은 것: 통증과 밀가루 음식 원인을 알 수 없는 손가락 통증이 생겼어요. 자고 일어나면 부은 것처럼 팅팅거리고 구부리기 힘들어요. 류마티즘이 의심됐지만 결국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답니다. 지금은 그저 카페인을 줄이고 좀 더 걷고 글루텐을 안 먹으며 통증에 적응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치료를 포기한 셈”인데요, 제 상태를 읽어주는 딱 이 문장이 2022년 1월 출간될 『젊고 아픈 여자들』에 나옵니다. 누구보다 출간을 기다리는 1인.
☀️ 올해의 역량 강화 아이템: 사진 배경지 SNS 개인 계정은 오직 마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용도로만 쓴 제가 올해 드디어 마티 공식 인스타그램 운영의 묘와 재미를 터득했습니다. 두성종이 갤러리에 가서 배경지도 사 왔어요! 가격 대비 효과는 훌륭한데, 소위 ‘오가닉’한 맛은 떨어져요. 그래도 이만 한 것이 없다!
👻 올해의 헛돈: 지니 사진 소품으로 지니 레고 피규어를 샀어요. 주전자를 문지르며 "책 만들어줘"라고 해봤지만 소용없더라고요. 불량인가 봐요.
👍 올해의 효 아이템: 어금니 칫솔 트위터에서 보고 부모님께 어금니 칫솔을 사 드렸어요. 그런데 곧바로 재구매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만족하셨다는! 제일 안쪽 어금니의 제일 안쪽 수직면을 뽀득뽀득 닦을 수 있어요. 퐁퐁은 고양이 칫솔로 쓴다고. (응?)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은 한 여자가 자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이어 내려온 가난에 대해 가상의 아이에게 마치 옛날이야기를 하듯 들려주는 책이에요. 정부의 선전만 믿고 황량한 땅으로 이주해 밭, 농작물, 가족을 일군 사람들이 남긴 것과 결코 남기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죠. 한국의 빈곤 서사도 이렇게 쓰인 게 있을까요? 알려주세요, 여러분. 🌈 올해의 뿌듯: 전국 순회 북토크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북토크를 하며 동네서점 곳곳을 방문해 서점 주인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서점에 꽂힌 마티 책과 마티 책을 골라준 서점 주인 분들의 기운에 힘입어 2021년을 날 수 있었어요. 대구 책방이층, 대전 다다르다, 전주 책방토닥토닥, 서울 인덱스, 부산 스테레오북스, 모두 반가웠어요. 올해의 👂 팔랑 (그림 외주: 만8세 동거 어린이, Min)
💬 올해의 문장 - "서투른 영어" 출간 전 『마이너 필링스』 제목을 어찌나 깊게 오래 고민했는지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어요.
가급적 음독을 하지 않고 뜻을 온전하게 번역하고 싶었는데, 결국 음독을 하고 만 것이 지금껏 아쉬워요. 이 문장이 고스란히 외워졌어요. "영어는 끝없이 확장되는 신자유주의적 만국 공통어. 즉 브랜드를 읽는 소비자의 언어이자 외주화된 노동의 언어다." 👣 올해의 양말 - "패션의 완성" 양말이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단 걸 몰랐어요. 선물 받은 프랑스산 양말 한 켤레를
다이아몬드처럼 애지중지하는 만 8세의 영향으로 요사이는 자꾸 양말에 욕심이 생겨나요.
양말이라니... (마트나 골목 트럭에서 5~6세트 묶음 양말만을 구입하던 1인)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템이에요. 💥 올해의 뚝배기 - "망손의 선택" 맘에 드는 뚝배기 찾기가 어려워요. 아, 아니네요.
맘에 드는 뚝배기는 제법 있으나 그 비용을 지불할 마음(?)의 준비를 근 10년 하지 못했던 거죠.
국, 탕, 찜, 찌개를 여태껏 스테인리스 편수냄비로 그럭저럭 해결하다가
식탁 위에 올라와서도 한참을 보글거리는 영상을 보고는 수일간 인터넷을 전전, 이 냄비를 찾았어요.
이름하여, 타.진.냄비. 무수분 냄비로 검색하면 나와요. 그렇죠. 지구의 어디서건 국물 요리가 간절했던 거예요.
애초에는 물이 귀한 사막에서 유목민들이 토기로 만들었다네요.
어떤 재료든 손에 쥐면 그 힘을 잃게 만드는 요리계의 마법사 "마이나스 망손" 팔랑이가 타진냄비로 밀푀유, 샤브샤브, 닭찜을 해냈어요.
맛은 구체적으로 묻지 않기! 일단 해냈다니까요! 👶 올해의 드라마 - "오~ 만도! 엉엉" 올해의 양육, 올해의 애비, 올해의 베이비, 올해의 주인공... 뭐든 다 갖다붙일 수 있어요. 「만달로리안」 아직 안 보신 분? "2021년 당신이 그간 무엇을 봤든, 마지막 감동이 남아 있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모르신다고요? 괜찮아요, 이제 시작하세요. 뚜껑을 열지 않은 보물상자라니, 부럽습니다. 😸 올해의 동물책 - "용기와 우정" 어느 날 만 8세 어린이가 매우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어요. "엄마,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너무 많아. 사야 할 것, 해야 할 것, 가져야 할 것....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싶어."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밝은미래)가 답을 주었어요.
사는 내내 언제고 변함없이 움켜쥐고 지지하고 채우고 가꾸고 되새겨야 할 딱 두 가지, 용기와 우정. 올해의 🧼 퐁퐁 나를 설명하는 일은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요. 이 세계에서 나의 위치를 설명하는 일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필연적으로 내가 속했던 곳, 나를 존재하게 한 사람들을 소환해 삶의 궤적을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당연히 지난한 과정이 될 테고요. 이렇게 '자기 이론'(AutoTheory)적 시도를 하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그렇기에 올해의 책은 『마이너 필링스』와 함께 『랭스로 되돌아가다』일 수밖에 없었어요. 🍺 올해의 음식: 운남 마라탕 각주 31호에서 소개한 '운남덮밥' 기억하시는 분? 매운 음식에는 관심도 없고 먹지도 못해서 메뉴를 고를 때 '마라'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요. 누군가 주문한 마라탕 몇 숟가락 떠먹고는 홀리고 말았어요. 마麻력이 있는 걸까요. 입술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시큼얼얼한 맛. 청량고추 매운맛과 와사비 매운맛으로 나누자면, 운남 마라탕은 후자. 와사비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남은 올해 몇 번 더 먹을 수 있을까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올해의 커피'는 라우터. 커피가 ❛맑고❜ 깊고 풍부한 맛을 가졌다는 것을 라우터에서 제대로 느꼈어요. 올해 가장 많이 마신 커피는 에티오피아 두메르소. 이 맛을 표현할 단어를 오래 고민했지만 찾지 못했어요. 직접 마셔 보시길. (+ 라우터는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흔치 않은 소중한 곳!) 🎺 올해의 음반: Miles Davis, Miles Ahead 선물받은 LP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연주 스펙트럼이 넓어서 앨범을 고르고 듣는 일이 늘 기대되는데요. 망설임 없이 뻗어나가는 트럼펫 소리, 빅밴드 하면 떠올릴 법한 요란하고 시원시원한 소리 대신 부드럽고 풍성한 소리가 담긴 음반이었습니다. 길 에반스의 영향일까요? 2022년에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이 나올 예정. 그 둘은 어떤 애증 관계였는지 책을 만들며 확인해보겠어요. 🚗 올해의 모험: 초보운전 올봄에 운전면허를 땄고, 얼마 전 호기롭게(오만하게) 후방 카메라 없는 중고차를 구입. 불안과 두려움과 두근거림과 흥분을 안고 조금씩 모험을 해보고 있어요. 그러나 주차 때문에 자동차가 고생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에 '주차의 달인'이라는 주차 게임도 깔았는데, 가상세계에서도 고통받는 중. 올해의 🦈 조스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을 고르다 몇 년 전 여행지에서 읽다 만 하루키 책이 떠올랐어요. 처음엔 소설가라는 직업이 궁금해서 집어든 책인데, 읽다보니 디자인이 직업인 조스바에게도 공감할 부분이 많았네요. 장편소설을 쓰려면 우선 체력이 중요하다는 하루키의 잔소리를 들으며, 내년에도 생존운동을 꾸준히 해보자 다짐해봅니다....ᐟ 👰🏻♀️ 올해의 행사: 결혼준비 조스바의 2021년을 요약하면 결혼준비 to do list를 체크해 없애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욕심 없이, 단순하고 간단하게 하려고 했는데요(정말로!). 하나부터 천까지 작고 큰 선택이 왜 이리 많은 건가요? 디자인이 직업이라고 또 청첩장도 직접 만드느라 시간이며 돈이며 굉장히 공을 들였답니다. 💃🏻 올해의 흥: 「스트릿 우먼 파이터」 몇 년 전 「댄싱9」을 시작으로 춤에 관련된 예능을 정말 재미있게 봐왔어요. 이번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스트릿 댄스가 메인이기에 조스바같은 소수의 마니아가 열심히 보겠구나 싶었는데,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스우파'가 끝나고 곧바로 시작한 「스트릿 걸스 파이터」도 정말 대단해요. 촘촘한 스케줄 때문에 댄서들의 건강이 좀 걱정되긴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삶에 활력이 생긴다고요. 🛣 올해의 장소: 반포 한강공원 잠수교 웨딩스냅을 찍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다 발견했습니다. 데이트처럼 다녀왔는데 마침 날씨도 굉장히 좋았어요. 탁 트인 다리 밑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녔습니다. 사정이 생겨 사진은 못 찍었지만 노을이 질 때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 올해의 맛집: 한남동 올드페리도넛 원래 도넛을 안 좋아하는데요. 엄마가 도넛 마니아라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가 완전 반해버렸습니다. 기름진 도넛이 아닌 파운드 케이크과 도넛의 중간 쯤이랄까. 가장 좋았던 맛은 '버터 피스타치오'예요. 도넛 속에 진한 크림이 들어가있어 피스타치오의 고소함이 강렬합니다. 디저트가 강세인 카페는 커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데, 카페라떼가 정말 맛있더군요.ᐟ 책 좋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면?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