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남았어요, 21년이. 달력을 갈고 새 다이어리를 펼쳐봅니다. 구독자 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을 찾아보고 적어두셨나요? 친구나 파트너의 생일? 시험날? 가족 기념일? 샌드위치 데이? 어떤 숫자에 표시를 하셨든 간에, 그날이 오래도록 기억할 만한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지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저는 1월 12일에 제일 먼저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 『바흐 칸타타』 첫 강연 with 나주리 ♦️ 요렇게 자세히도 적었네요. 뿌듯해서요. 애초에는 12월 크리스마스 직전으로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출간이 미뤄지고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어서 여러 차례 연기한 끝에 겨우 1월 중순 즈음으로 잡았답니다. 12일, 수요일. 그런데, 세상에나, 일이 커지고 말았어요.
나주리 선생님의 해설과 진부책방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칸타타 몇 곡을 청취하는 것으로 꾸릴 요량이었던 '칸타타 강연'이요, "굉장한 칸타타 공연"이 되어버렸어요! 통화할 때마다 출간에 감격하시던 나주리 선생님이, 당신의 해설만으로는 부족하다시며
고음악 연주가 한 분을 찾아보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곧 한 분이 두 분이 되었고, 그다음엔 세 분이 되더니… 또 그다음엔 무려 고음악 연주가 네 분이 그날의 공연을 위해 신비하고 놀라운 고악기들과 함께 출연해주기로 하셨답니다. 𝄞 카운터테너 정민호 ♪ 바로크 바이올린 김지영 ♫ 테오르보 윤현종 🎶 비올라 다 감바 최희진 그리고 바흐 연구가 나주리 ✨ 코로나 상황 때문에 몇 분밖에 함께할 수가 없어서 정말이지 가슴이 미어져요. 신청폼을 열어두었으니 얼른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2022년, 방황하고 고민하는 여러분의 시간의 조각조각들마다 좋은 징조가 따라붙길- 🔵 … 𝕄𝕒𝕪 𝕥𝕙𝕖 𝕗𝕠𝕣𝕔𝕖 𝕓𝕖 𝕨𝕚𝕥𝕙 𝕪𝕠𝕦 🔵 ❝ 2021 각주* 구독자의 별점 ❞ 2021 별점 연말정산에 참여해주신 구독자 네 분! 정말 고맙습니다. 아담하고 소소한 송년회 초대장을 보냈는데 기꺼이 응해주신 기분이었어요. 비록 얼굴은 못 뵈었지만 반가웠습니다. 닉네임이라도 받아둘 걸 익명으로 받는 바람에 주르륵 쓰게 됐어요. 내년엔 좀 더 개별적으로 정산하는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 ❤️ 올해의 마티 책 ᕯ 『마이너 필링스』 ★★★★★(별 다섯 개가 만점인가요? 그럼 별 다섯 개!) / 외면하거나 없앨 수 없는 감정, 존재하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해주고, 이해하게 해준 책 ᕯ 『마이너 필링스』 ★★★★★ / 개인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경험 ᕯ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 /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음. 독일 사회의 페미니즘 이슈를 알아가는 재미까지 선사 📮 올해의 각주 📚 올해의 책 ᕯ 엘 맥니콜, 『스파크』, 심연희 옮김, 요요 ᕯ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 돌베개 🏀 올해의 도전: 농구 배우기. 비록 한 달 만에 끝났지만, 운동장을 차지하는 짜릿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음. 🧩 올해의 즐거움: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줌으로 하는 책수다 모임을 만들었다. ❗️올해의 깨달음: 세상 모든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없고 상황과 여건, 정보 등에 따라 변화하고 조정된다. 🔅 올해의 칭찬: "너니까… 너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야"
그냥 나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던 말이어서 좋았고, 감동받았죠. 쿠키런 아니고 젠더브레드입니다
🌱 죽순 성교육 자료 중에 이토록 귀여운 것은 단연코 없을 겁니다. 『성교육은 ‘다음’을 가르칩니다』에서 이유정 선생님은 성 소수자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학교 바깥에서나마 시도해보았던 교육 사례를 풀어내는데요, 젠더브레드 퍼슨(genderbread person)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이해하는 교육에 함께하기 참말 좋은 친구입니다.
젠더브레드 퍼슨은 젠더 정체성이 규정되지 않은 무지갯빛 뇌와 성적 지향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끌림)을 담당하는 빨간색의 하트 모양 심장, 남성도 여성도 간성인도 가능한 생식기 기호로 구성돼 있어요. 성별을 짐작케 하는 어떤 상징 표현도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젠더브레드 퍼슨 이미지 옆에는 젠더 정체성(여-젠더 퀴어-남), 젠더 표현(여성적-양성적-남성적), 생물학적 성(여성-간성-남성), 성적 지향(이성애-양성애-동성애)의 스펙트럼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 소수자 교육 시간을 단 한 번 꾸릴 수 있다면, 저는 주저 않고 젠더브레드 퍼슨 이미지를 추천하고 싶어요. 어떤 결절점도 없는 이 스펙트럼 위에서 마치 주파수를 조정하듯 자신의 위치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거든요!
『성교육은 ‘다음’을 가르칩니다』에는 실용적인 교육 팁과 사례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 성적 즐거움을 가르칠 때 전하면 좋을 메시지와 피해야 할 메시지 목록 🌈 성 소수자 배타적/포용적 표현 리스트 🌈 양육자가 성교육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보는 질문들 🌈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답을 찾아갈 로드맵이 되어줄 성교육, 성평등, 페미니즘 책과 영상, 자료집 주변에 소문내주세요! 출간 전 연재 각주* 35호부터 앞으로 3회에 걸쳐 출간 전 연재를 하게 된 『스틸 라이팅』(한국어판 제목 미정)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소설을 여럿 낸 대니 샤피로(Dani Shapiro)의 회고록이자 글 쓰는 생활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한창 쓰는 삶에 관심을 두던 시기, 『날카롭게 살겠다』와 짝을 지을 책을 찾다 마주친 책이었어요. 알음알음 번역자를 섭외하던 중에 한 번역자가 귀를 잡아 끄는 말을 했습니다. “그 책이 아직도 안 나왔던가요?” 벌써 나왔어야 할 재밌는 책이란 뜻! 얼마 뒤, 이 원고와 맞춤한 번역자를 만났습니다. 바로 한유주 소설가입니다. 그의 손에서 진득하게 묵은 『스틸 라이팅』 원고가 해를 넘기기 전 편집자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2022년 2월 출간을 앞둔 『스틸 라이팅』의 일부를 구독자 여러분께 먼저 띄워 보냅니다. 책의 순서와는 무관하게 편집하며 인상 깊었던 꼭지를 골랐습니다. 저(🌱 죽순)도 아직 원고의 3분의 2 지점에 있으니, 여러분과 출간까지 호흡을 맞추며 같이 가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겠네요. ❝ 빈 페이지 ❞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대리석 덩어리와 마주할 때마다 하나의 조각상을 보았다. “형상을 갖추었으며 자세와 동작이 완벽한” 천사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공예가인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는 진정한 장인이랑 나무 둥치에 갇힌 결을 끄집어낼 때 “그 안에서 신을 찾아냈다”고 믿었다. 재료와 일종의 협업을 하는 듯한 그 느낌을 상상하며 나는 진흙이나 대리석, 화강암, 목재 등의 재료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오랫동안 질투했다. 그 재료들은 자체에 형태와 해법을 담고 있다. 재료가 한계와 한도를 결정한다. 예술가가 세심하게 보고 듣는다면 답이 나타날 것이다. 팔이, 허벅다리가, 문양이, 각도가, 로브 한 자락이. 빈 페이지는 이런 선물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빈 페이지를 마주하며 당연히 전전긍긍한다. 넌 뭐야? 우리는 묻는다. 내게 뭘 내줄 거야? 페이지는 냉랭하게 시선을 받아친다. 페이지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이다. 전부 앗아갈 것이다. 페이지는 우리 생각이나 기분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단어들을 채우건 절망하며 구겨버리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언젠가 한 신문사로부터 ‘2인 1조 소설’이라는 꼭지를 청탁받았다. 작가 두 명이 짝을 지어 한 이야기를 쓰자는 아이디어였다. 한 사람이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중단된 부분부터 이어받는다. 자, 다음! 이야기가 완결될 때까지 이렇게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나는 작가 친구인 멕 월리처(Meg Wolitzer)와 짝이 되었다. 둘 중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내 이야기가 밤새 마법처럼 자라난 걸 확인하던 기분은 기억난다. 나는 자러 갔는데 이야기가 저절로 써졌어! 게다가 꽤 훌륭한 이야기가. 우리는 듀엣으로 춤을 추었고, 서로 자거나 볼일을 보거나 운동하러 가는 동안 원고가 저절로 늘어나면 좋겠다고 바라는 작가들의 환상을 주고받았다. 그때 그 별난 청탁을 제외하면 혼자 다 쓰지 않고 빈 페이지가 내게 뭔가를 주는 경험은 다시 해본 적이 없다. 아무튼 요점은 이러하다.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이 작업이 될지 안 될지 모른다. 좋을 것인지 좋을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몇 주, 혹은 몇 년을 결국 집어던지게 되거나 좀 더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서랍에 처박을지도 모를 작업에 매달리며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남은 인생과 좀 닮은 구석이 있다. 알고 싶다. 이 관계가 괜찮을까? 우리 아이들은 성공하고 행복해질까? 이 위험이 그만 한 값을 할까?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갖고, 위험을 감수한다. 달리 택할 수 있는 것은 비겁함뿐이다. 우리는 삶을 위해, 글쓰기를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스스로 용감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조차도 용감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단어씩 내려놓는다. 우리는 페이지를 단어들로 채운다. 미켈란젤로에게는 기적의 대리석 덩어리들이 있었고, 나카시마는 목재의 내부와 교감했는데, 우리에게도 비슷한 것이 있다. 우리는 물속에 반쯤 몸을 담갔고, 수면 아래 단어들이 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도록. 나중에도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분석은 소용없다. 우리는 끌질을 하고 있다. 두 손이 목재 위를 지나는 중이다. 이제 페이지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뭔가 있다. 그게 언젠가 상을 받을 물건이 될지, 서랍 속에서 먼지나 쌓이게 될지 지금 알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는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대리석에 끌질하기 시작했다. 시작된 것이다. 각주* 36호에 2회가 연재됩니다. 쿠키런 아니고 젠더브레드입니다 🧼 퐁퐁지난여름, 『마이너 필링스』 독자들과 북채팅을 하다가 ‘앳(at) 시리즈’ 두 번째 책 이야기가 나왔어요. 독자 한 분이 『젊고 아픈 여자들』 제목을 보고 그러시더라고요. 너무 좋은 내용이겠지만 너무 슬플 것 같다고요. “좋은 책은 맞는데, 슬픈 책은 아니에요!”라고 쓰려다가 망설였습니다. 책의 첫인상을 '너무 슬픔'으로 고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분명 슬프기도 하고 분노하게 되는 지점도 있는 책이기 때문이었어요. 아픔이 즐겁고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슬프고 우울한 일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건강 문제를 겪는다는 것,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저 역시 처음엔 다소 묵직한 주제라 여기며 원고를 읽기 시작했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꽤 수다스러워요. 저자가 이십 대에 한 사람이 감내하기도 어려운 온갖 건강 문제를 잇따라 겪으며 마주한 일상을 전합니다. 살벌한 유머를 곁들여서요. 그리고 '건강', '아픔', '질병', '장애' 같은 단어가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놀고, 일을 하고, 담당 의사와 상담을 하는 모든 순간 순간마다 아픈 몸을 의식하면서도 늘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요. 그래서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젊고 아픈 사람, 젊고 아프고 여성인 사람, 젊고 아프고 여성이며 퀴어인 사람, 나이, 인종, 성 정체성, 섹슈얼리티, 계급 등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젊고 아픈 여자들』은 세상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그들이 건강 문제 때문에 겪는 불편과 압박에 대해 말하고, 각종 통계와 연구 자료를 추적하고 분석하며 이 사회가 간과해온 여성 건강 문제를 기록한 책입니다. 몸과 건강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그동안 보아왔던 것보다 꽤 골치 아프고 다양한 면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새해에는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건강'을 위한 인사를 주고받고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건강', '아픔', '질병', '장애' 등에 대한 생각의 반경을 넓혀 보려고 합니다. 건강 문제를 안고 일상을 헤쳐나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 내가 간과해온 것이 무엇인지, 내년에는 좀 더 귀기울이고 싶어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이하 『바흐 칸타타』) 출간을 기념하는 작지만 강력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즐기지만 칸타타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바흐 칸타타』로 독일어라는 장벽이 확 낮아졌지만, 여전히 칸타타라는 곡 자체가 낯설고 어렵게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칸타타는 커피!) 그래서 준비한 강연입니다. 『바흐 칸타타』에 칸타타 전반에 대한 해제를 써주신 동덕여대 나주리 교수님께서 바흐의 칸타타는 어떤 음악인지, 여기에 사용된 바로크 악기의 특징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주실 예정입니다. 진부책방스튜디오에 구비된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바흐 칸타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실 거예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바흐 시절 음악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바로크 악기로 바흐 칸타타 일부를 들려줄 계획입니다. 바로크 바이올린, 류트,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에 카운터테너까지 진부책방스튜디오로 총출동합니다. 바흐 음악을 이해하고 듣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공간이 협소해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합니다. 서둘러 신청하세요! 책 좋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면?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