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구독자 질문으로 이번 호를 채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질문은 언제나 대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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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 정말 각주 같았어요! 마티 책 아래에 각주로 편집자들 일상이 쏙쏙 들어간 느낌~ 6월엔 여러 행사들이 밀집해서 바쁘시겠네요. 바쁜 일정에, 글자에 치일 땐 다들 뭘 하실까요? 일하는 텍스트와 쉬는 텍스트!가 따로 있으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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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일 텍스트와 휴 텍스트가 따로 있나 싶었지만, 역시 따로 있었다는 결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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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
아마도 일과 쉼 경계가 가장 흐릿한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편집자란. 좋은 쉼으로는 친구가 된 동료, 또는 이해관계자—저역자, 서점인, 디자이너, 거래처 담당자 등—와 허물없이 만나 일 얘기인지 일상 수다인지—결국 책 얘기나 좋은 전시, 챙기면 좋을 내한 공연, 필참 집회, 지난주 같은 경우 빡침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세상사 한탄—구분 없이 즐기며 그 행위를 하러 다니는 시간일 테고, 가장 이상적인 쉼으로는 한나절 내리 말없이 듣거나 보며 한없이 사지육신을 늘어뜨리는 게으름을 꼽습니다.
저의 경우엔 쉴 때, ‘읽기’보다 ‘읽어주기’ 쪽입니다. ‘읽어주기’는 때때로 읽기보다 효능감이 높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에 어쩐지 머쓱해진 사이에 어색하지 않게 대화의 물꼬를 터줍니다. 나만의 범주나 취향에서 잠깐 눈을 돌리게도 해주고 뜻밖의 재독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어요. 지난 주말에는, 이제 청소년이 된 동거인에게 발행일이 다소 지났지만 《 시사인》 959호의 〈내 '극우' 친구의 생각〉을 읽어주었습니다. 이후로 수다가 길어져 안 그래도 심란한 주말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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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
일 텍스트의 왕중왕은 제목, 부제, 홍보 문구입니다.
읽는 텍스트 아니고, 생성해야 하는 텍스트가 진정한 ‘일 텍스트’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세계적인 음악 평론가 알렉스 로스가 쓴 『바그너주의』의 한국어판 부제를 ‘생성’ 중입니다. 이 책은 150여 년에 걸쳐 문학과 철학, 예술과 정치를 뒤흔든 ‘바그너 현상’을 추적한 대작입니다. 복잡미묘한 맥락을 싹 설명하면서도 ‘이즘’이 붙을 만큼 강력한 음악의 힘이 느껴지는 부제를 고민하고 있어요.
⏳파악 중…
⏳자료 조사 중…
⏳검증 중…
- 국내에서 바그너 음악에 대한 인기는?
- 음악 책 수요는?
⏳수정 중…
- 이 책은 음악 책이 아니다. 문화사 책이다.
- 바그너 음악을 듣지 않는 것과, 바그너 음악이 니체, 보들레르, 윌라 캐더, 토마스 만, 히틀러 등등등을 통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 바그너는 문학, 예술, 정치에 작동하고 있다.
계속 생각 중♨️
더 생각 중♨️♨️♨️
아니 이제 그만 쉬어보겠습니다.
쉬는 텍스트가 정해져 있진 않고, 소위 ‘참고문헌’에 들지 않으면 쉬는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안나 제거스의 『통과비자』와 신시어 밀러 이드리스의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를 번갈아 읽고 있습니다. 전자는 『계속 읽기』를 쓴 한유주 작가님에게 (오래전) 영업당해서, 후자는 2인 독서모임 다음 책이라서요. 물론, 안 읽는 게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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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가 낳은 책. 물론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많은 책과 더 많은 음반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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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
저희에게 이런저런 질문과 요청을 보내주시는 게 쏠쏠히 즐겁고 재밌어요! 저는 일과 글에 치일 때면…… 그저 바닥에 들러붙어서 눈만 감았다 떴다 하곤 합니다. 손에 든 스마트 기기로 범죄 수사 시리즈를 보거나 듣다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훑다가, 자다 깨다…… 하루 끄읕.
저의 “일하는 텍스트”는 대부분 기획 또는 편집 중인 원고의 참고 도서, 모델 도서, 유사 도서인 것 같아요. 관심 있는 주제나 방법론의 책들을 리스트업해서 이리저리 산만하게 살펴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일로 다루는 글의 장르나 스타일과 거리가 멀수록 ‘쉼의 읽기’에 가까워지는 듯해요.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소설과 시와 희곡 그리고 시각예술 분야 책이나 전시 도록, 아티스트북 등이 떠올라요. 편집 고민, 일 고민과는 단절한 채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되고 계속되는 읽기…… 사실 이런 시간이 많이 줄어들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같은 수사물이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같은 서스펜스물을 종종 즐기는데, 최근에는 셜리 잭슨의 단편집 『제비뽑기』를 아주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김리윤의 『투명도 혼합 공간』에 수록된 시 몇 편을 또박또박 읽어보았고요. 친구에게 빌린 희곡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을 집에서 혼자 주춤주춤 낭독해보기도 했구요. 근데 뭐니 뭐니 해도, 책을 펴놓은 채 스마트폰을 만질 때 그렇게 몰두가 잘 될 수 없어요. 책이 이기질 못한다는 그런 허무한 얘길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ʘ̥_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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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바틈하다
짤막하고 딱 바라져 있다.
— 안나 제거스, 『통과비자』, 이재황 옮김, 창비, 2014,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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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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