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편집자들이 코시국에 스위스 여행 다녀온 사연을 들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명절을 앞두고 하루 일찍 찾아온 마티의 각주입니다. 오늘은 편집자들이 코시국에 스위스 여행 다녀온 사연을 들려드립니다. 1) 『심연호텔의 철학자들』 읽다가 니체도 머물렀다는 스위스마을 실스마리아 궁금해짐. 2) 제목 때문에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봄. 3) 다 같이 '최고다 우와' 하다가 마티 책 『스위스 방명록』에서도 저자가 실스마리아 다녀왔던 게 기억남. 4) 신비로운 알고리즘이 실스마리아 기차 여행 영상으로 이끌어줌. 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오시면 분명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스위스행 기차, 탑승하시겠습니까? 실스마리아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즬리에트 비노슈, 크리스틴 스튜어트 우리는 시간에 잘 호응하며 늙어갈 수 있을까요? 시간은 나이를 먹지 않죠. 사람이 나이 들 뿐. 그러니 시간과 사이좋게 지내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영화 속 마리아(즬리에트 비노슈)는 당최 화해하기 어려운 자신의 시간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젊은 시절,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에서 18세 시그리드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던 마리아는 세월이 흘러 리메이크 무대 출연을 제안받습니다. 이번엔 나이 든 여자 헬레나 역이죠. 몇 번 거절한 끝에 수락하지만, 마리아는 막이 오르기 직전까지 수없이 후회합니다. 젊은 날은 가고 없으며, 두 번 다시 시그리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들이 그녀를 괴롭히죠. 아니, 그보다는 헬레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편이 맞겠네요. 마리아 곁에 24시간 붙어서 일정과 감정을 챙기는 비서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마리아의 이 ‘분열’ 또는 ‘불협’ 상태에 조금 냉담합니다. 극중 헬레나가 보여주는 시그리드를 향한 ‘솔직하고 인간적인’ 감정과 ‘원숙한’ 매력을 무시하는 마리아와 시종 부딪히죠. 그런 발렌틴은 ‘아직’ 젊습니다. ‘나이 듦’과 ‘성숙’이 원만하게, 나란히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쪽이죠. 차갑고 투명한 실스마리아에는 마리아의(마리아와 발렌틴의) 들쑥날쑥한 감정이 고이지 않는 듯합니다. 질투, 아쉬움, 막막함, 두려움이 마구 밀려 들어왔다가 흘러 내려갑니다. 실스마리아의 구름처럼. 이 영화의 배경이 찐득한 도시의 밤이었다면 아마 제 안엔 아스팔트 찌꺼기 같은 감상이 남았을 거예요. 실스마리아였기에, 물 위에 뜬 부유물이 하나씩 가라앉는 걸 가만히 들여다보듯 그렇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나고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 여운이 길었던 탓에 이 글을 쓰면서야 들춰봅니다. 죽음에 가까워진 예술가들의 ‘말년성’을 다룬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마티, 2012)와 시간과 어떻게 다른 관계를 맺을지를 자기 민족지적 글쓰기로 써 내려간 마르크 오제의 『나이 없는 시간』(플레이타임, 2019)이에요. 실스마리아에 있는 호텔 발트하우스에서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스마리아 책: 『스위스 방명록』과 『심연호텔의 철학자들』 알프스의 산과 호수, 구름만으로도 실스마리아는 충분히 유명세를 탔을 거예요. 그러나 알프스의 여러 마을 중에서 실스마리아가 지금처럼 많은 이들의 갈망을 자극하는 장소가 된 것은 니체 때문이 아닐까요. ‘현대’의 강렬한 빛, 그만큼 짙고 길게 드리운 그림자를 누구보다 먼저, 가장 예리하게 간파한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다이너마이트를 주조해낸 곳이기 때문입니다. 장소-작가-작품이 이 정도로 강하게 얽힌 예가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스위스에 머물고 거쳐간 사람들로 스위스의 장소와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스위스 방명록』의 노시내 선생님 역시 첫 장에서 니체와 실스마리아를 찾아 나섭니다. 베른에서 출발해 취리히, 쿠어, 장크트모리츠를 거쳐 실스마리아에 도착한 저자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저자는 따뜻한 발걸음으로 니체하우스, 실스 호수, 니체의 글귀가 새겨진 돌벽, 니체에게 ‘영원회귀’의 영감을 준 바위를 차례로 방문합니다. 반면, 『심연호텔의 철학자들』의 저자 존 캐그는 니체의 흔적을 단순히 뒤따르기보다 니체와 대결하기 위해 실스마리아를 찾습니다. 19살의 나이로 니체를 좇아 샌들을 신고(저자는 미국인입니다) 알프스를 처음 찾은 저자는 17년 뒤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실스마리아로 되돌아옵니다. 니체의 실스마리아와 저자의 실스마리아를 교대로 엮은 이 책은 자신을 대면하게 만드는 실스마리아, 험준한 산악보다 더 마주하기 힘든 알프스를 그려냅니다. 실스마리아 유튜브 채널: lorirocks777 여행이 어려운 한동안 실스마리아는 모니터 너머로만 만날 수 있겠죠. 철도 기관사가 운영하는 듯한 이 채널에서 쿠어(투시스)와 장크트모리츠를 연결하는 62킬로미터의 알불라 철로 전구간을 2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습니다. 1904년 개통한 이 철로는 200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해요. 객실의 차창으로 펼쳐질 파노라마뷰를 볼 수는 없지만, 4K 해상도로 눈이 시린 스위스 알프스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 영상이 따로 있습니다. 눈과 심장이 시원해지고 맑아질 거예요. 아, 멀미 주의하세요. 정말로요! 설 연휴에 마티 책 한 권을 읽는다면? 에디터J's pick -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 명절 내도록 온갖 미디어, sns를 통해 얼마나 한가득 먹방과 음식을 만나게 될까요, 떡, 전, 탕, 찜... 지금이라도 빨리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를 준비하시길요. 좋은 명절 음식이라면 무릇 누구나 쉽게 서로에게 대접할 수 있을 정도로 구하기 쉬운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 그리고 후에 '그 명절'을 기억할 정도로 맛과 풍미를 갖춰야 하겠지요? 적어볼게요. 162쪽, 99쪽, 555쪽, 611쪽. 후회없을 거예요. (참고로 저는 신이 주신 '마이나스 손')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베를린이 소련군에 함락됩니다. 살아 남은 한 여성이 우연히 구한 노트에 1년 여간 일기를 써요. 폭격으로 지하 방공호로 이동할 때도 이 노트를 손에 쥐고 가죠. 가해국 독일의 도시와 살아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마케터J's pick - 『거실의 사자: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고양이조카가 보고 싶어 연휴에 잠깐 언니네 들르기로 했습니다. 한없이 귀엽지만 아직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워요. 1만 년 전과 거의 같다는 고양이의 습성은 뭘까, 고양이는 왜 인간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을까, 인간이 아무것도 안 해주는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과학적 근거는 뭘까? 책에서는 고양이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을 다각도로 촘촘히 파헤쳐드립니다. 에디터P's pick - 『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 온화한 기후, 풍요로운 땅과 바다, 동양과 아프리카로 쉽게 나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 이탈리아는 알프스 이북의 여러 민족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땅입니다. 그런데 정작 로마 사람들은 고대 로마 시절 말고는 전투력이 강했던 적이 별로 없습니다. 로마가 여러 민족과 국가에게 탈탈 털렸던, 그렇지만 불멸의 로마로 살아남았음을 입증하는 독특한 역사책입니다. 디자이너J's pick - 『재생산에 관하여: 낳는 문제와 페미니즘』 친구를 만나면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는 종종 수다의 주제가 되는데, 정작 낳을 권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회사에서 난자 냉동 시술비를 복지혜택으로 받는 것부터 비혼 여성과 레즈비언 커플, 트랜스젠더가 아이를 낳고자 하는 것 등. 임신과 출산, 육아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도서출판 마티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