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의 두 번째 각주는 『강철왕국 프로이센』의 코멘터리로 준비했습니다. 1000쪽이 넘는 분량에 걸맞게 함께 읽고 듣고 볼 것이 대단히 많은 책이지만, 이번 뉴스레터는 음악으로만 각주를 달아보았습니다. 함께 나누는 음악이
『강철왕국 프로이센』의 무게를 가볍게 느끼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역사 속 명장면이 『강철왕국 프로이센』에서 빠진 이유?! 2. 프로이센 행진곡 vs. 오스트리아 행진곡 3. 그라운의 음악과 함께 편집을 4. 프로이센의 끝에서 이어지는 마티의 역사책 『강철왕국 프로이센』의 저자는 프리드리히 대왕과 바흐가 만난 장면을 왜 쓰지 않았을까? by 에디터P 프로이센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프리드리히 대왕과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만나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로이센을 유럽의 강국으로 올려놓은 대왕과 음악사에서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인물은 1747년 5월 7일 포츠담 상수시궁에서 만납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과 7년전쟁 사이의 일입니다. (프리드리히가 그토록 차지하고 싶어 했던 영토) 작센의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에 봉직하고 있던 바흐는, 프리드리히의 궁정에서 일하던 아들 카를 필리프 바흐도 볼 겸 포츠담을 방문합니다. 수준급 플루트 연주자이자 음악광이던 프리드리히는 바흐를 만나자 손수 피아노로 한 구절을 연주하고, 바흐에게 이를 토대로 푸가 곡을 작곡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두 달 후 바흐는 편지와 함께 곡을 프리드리히에게 헌정합니다. 이 곡이 바로 BWV(바흐작품번호) 1079인 “음악의 헌정”(Musikalisches Opfer)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아는 분들이라면 저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 놀라운 만남을 어떻게 들려줄지 기대하실 겁니다. 라디오에서 아는 곡이 나오면 반가운 것처럼요. 그러나 『강철왕국 프로이센』의 저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아들 바흐를 한 차례 지나가듯 언급할 뿐 아버지 바흐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처음 원고를 읽으면서는 단순히 저자가 문화보다 정치에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글을 읽으면서(아마 지금까지는 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일 텐데요) 저자가 바흐 에피소드를 쓰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강철왕국 프로이센』은 철저히 프로이센이라는 국가를 형성시키고 와해시킨 힘을 추적합니다. 그러니까 단일 민족도 아니며 모두가 공유하는 언어, 문화나 음식도 없는 프로이센을 하나의 국가로 묶어낸 아교가 무엇이었는지를, 이 아교의 무엇이 허술했기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는지를 서술하는 데 모든 힘을 쏟습니다. 다소 과장해서 말하면 1000쪽 모두 이 이야기입니다. 유대인이 프로이센에 어떻게 동화되었는지에 페이지를 그토록 할애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타자 유대인을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는 프로이센의 국가 형성에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으니까요. “음악의 헌정”의 매혹적인 푸가는 그 자체로 프로이센보다 더 찬란할지 몰라도, 어쩌면 바로 그렇게 때문에 프로이센의 형성과는 무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강철왕국 프로이센』은 프로이센의 잡다한 이야기를 긁어 펼쳐놓는 책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테제가 분명한, 그러나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책입니다. 이 힘은 이 두꺼운 책의 책장을 쉼 없이 넘기는 힘이기도 합니다. * 파란 글자를 클릭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 사진 설명: 아돌프 멘첼, 상수시궁의 플루트 콘서트, 1852, 플루트를 연주하는 이가 프리드리히 대왕이고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카를 필리프 바흐입니다. * 음악의 헌정 링크 설명: 링크의 영상은 조르디 사발이 이끄는 르콩세르드나시옹의 연주입니다. 하프시코드는 피에르 앙타이입니다. 프로이센군의 빠른 행군 속도의 비밀은? 편집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온라인장터에서 이 LP를 발견했습니다. 『강철왕국 프로이센』의 공식 OST라 해도 좋을 정도라 휴대폰을 쥔 손에 땀이 흘렀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작곡한 곡을 비롯해 포츠담 상수시궁의 음악을 다룬 음반은 제법 여럿 있습니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이유로 이 책에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이 음반은 프로이센과 (프로이센의 가장 큰 적이자 같은 독일어권의) 오스트리아 행진곡을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관악주자들과 녹음한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카라얀이 프로이센 수도 베를린의 최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것이니 더할 나위 없는 구성이라 하겠습니다. 수록곡을 들어보면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에 패배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오스트리아의 행진곡은 춤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겹지만, 프로이센의 행진곡은 앨범 커버 이미지대로 군사 행진에 조금 더 적합합니다. 프로이센 병사들이 오스트리아 병사들보다 행군을 세 배 더 빨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한때 전국의 초등학교 가을대운동회에 울려 퍼진 바로 그 행진곡은 다름 아닌 오스트리아의 행진곡 “쌍독수리 아래에서”(Unter dem Doppeladler)입니다. 프로이센 행진곡을 초등학교에서 쓰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 편집하며 들은 음악 원고를 읽으며 (책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는) 포츠담 궁정 음악가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카를 필리프 엠마누엘 바흐, 프리드리히 대왕의 곡도 흥미로웠지만, 새로운 발견은 그라운 형제였습니다. 형 카를 하인리히와 동생 요한 고틀리프 그라운인데, 형은 당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였다고 합니다. 그의 오페라들은 요즘 거의 연주되지 않지만, 기악곡은 지금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래 사진의 음반 가운데 "Berlin Sonatas"는 프리드리히 대왕이 바흐에게 자랑했던 질버만(Silbermann) 피아노로 연주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TMI이지만, 『롤리타』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카를 하인리히 그라운의 6대손이라고 하네요. 👉 『강철왕국 프로이센』에 이어서 읽으면 좋은 마티 책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히틀러에 대한 유일한 내부 보고서』 프로이센의 끝자락에 등장한 히틀러. 대체 어떤 인간이었고, 나치 독일은 무엇을 향해 그토록 질주했을까요? 2차 세계대전 전범재판에서 유일하게 교수형을 면한 제3제국의 고위 관료이자 건축가 슈페어가 히틀러의 허와 실을 낱낱이 밝힙니다.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전범국 독일도 전쟁의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말하지 못할 뿐이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봄, 베를린은 소련군에 함락됩니다. 스러져가는 다락방과 지하 벙커를 오가며 생존한 한 여자가 이때의 베를린을 일기로 남깁니다. 이 책은 그녀의 일기를 엮은 것입니다. 약간의 정리로 바뀌는 나의 하루 ☺︎ 마티 편집부는 드디어 『설계 전문가들의 정리법』을 마감했습니다.(야호) 이 책의 매력은 차차 소개해볼게요.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이자, 집안을 총괄하는 주부인 3인방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부터 정리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 지금 온라인서점에서 만나보세요! 각주 다는 사람들 🍏에디터S ⚡️에디터J 🐶에디터P 🧶디자이너J 🍷마케터J 도서출판 마티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