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에 주인공일 수는 없겠지만, 아주 많은 일들에 관찰자일 수는 있습니다. 또 대체로는 관찰자로서의 입장을 스스로 정립할 수 있습니다. 오늘 메인으로 소개하는 신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따뜻한 관찰자로서 참여하고 함께하고 격려하고 돕는 '연대하는 첫걸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다르고 낯설고 두려운 많은 일들이 무시로 벌어지는 와중에, 세상은 어쩌면, 성실한 관찰자의 부지런한 용기로 손톱만큼씩 나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관찰자로 살아야 할까요? 마티 식구들은 오늘, 평소보다 좀 더 진지하고 바지런하게 마음의 방향을 다잡습니다. 누군가에게 '피아노 선생님'이 되겠어요 by 에디터 J 오늘, 4월의 신간이 나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한국에서 기자로, 여성 정책을 만드는 일원으로 일하다가 베를린으로 이주해 페미니스트 그룹 International Women* Space(국제여성공간) 활동가이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독일의 페미니즘 현장을 누빈 채혜원의 취재기입니다.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페미니즘 이슈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연대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교차하고 성장하는지를 성찰한 정연한 에세이기도 하고요. 2020년 3월에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시작한 <그리고 베를린에서>의 실제 주인공 데보라 펠트먼 이야기는 이 책의 마지막 꼭지에 이르러 "특별한 여자들" 편에 나옵니다. 이 꼭지는 3월 8일 여성의 날 집회를 준비하는 흥겹고 수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해, 저자를 둘러싸고 시공간을 열쇠삼아 서로에게 닿고 연결되는 여러 위대한 여성들을 만나며 이어집니다. 10년, 20년을 훌쩍 건너뛰며 저자는 영화감독과 영화 주인공, 영화 주인공이었다가 동료 활동가로 활약하는 이 특별한 여성들을 만나지요. 흐르는 시간은 내가 추스려 건져 올리는 만큼 켜켜이 쌓인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사실 저는 편집을 마칠 즈음 <그리고 베를린에서>를 보게 되었어요. 웰컴 페이지에 보이는 주인공의 삭발 장면을 보며 쉽사리 재생 버튼을 누르진 못하겠구나 싶었는데, 채혜원 선생님이 "아니에요. 유대인 수용소의 다른 버전 같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 사람은 '뉴욕'에서 살았는걸요!"라고 전해주어 그날 밤 불현듯 용기를 내게 되었지요. 드라마 자체의 만듦새와 구성에 대해서는 더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만들면서 최근 부쩍 베를린 이슈와 한국의 여성주의 이슈들이 한장의 원단이 되는 날실씨실처럼 겹쳐지는 와중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어, 거대하고 풍요로운 자본의 강력한 유대로 존속되고 묵인 받는 하시디즘 공동체의 모습이 거의 이질감 없이 친숙한 괴물처럼 와닿더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닮은 그림 찾기’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싶었고요. 뉴욕 한복판에서 평화의 외투를 입은 난해하고 폭력적인 그 공동체와 견주며 우리집, 옆집, 아는집, 예전에 들어봤던 집,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들여다보게 되더란 말이지요. 이렇듯, 멀리서 바라본 이야기를 나와 가까운 ‘아는 얘기’로 가져올 때는 누구나 자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이 드라마를 봤거나 볼 예정이라면, 등장인물 가운데 어떤 역할을 맡을지 생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전 ‘피아노 선생님’을 맡고 싶어요. 딱 두 차례 등장하는 조력자. 자유의 출발점을 제공한,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외부 관찰자. 그 '피아노 선생님'이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참여하는 관찰자,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관찰자 역할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과 <그리고 베를린에서>가 제게 준 약속이자 선물이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서평단 모집💌 "어떤 여자도 혼자가 아니야." 베를린 페미니즘이 알려준
따뜻한 연대의 구체적인 기록을 담은 이 책, 애정어린 마음으로 읽고 온라인에 서평을 남겨주실 열 명을 서평단으로 모십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지원해주세요! (~4월 15일 마감. 당첨자 개별 연락드립니다.) 나이 들어가는 여자들을 위한 공동주택, 베를린의 베기넨호프 by 편집자 P 책에서 '여성 1인 가구(대개는 노인)를 위한 공동주택'을 소개하는 꼭지를 읽고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주택의 평면이 어떻게 생겼을까? 공유 공간과 개인 공간은 어떻게 배치했을까? 또 나이든 여성들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은 어떻게 운영될까? 등등. 서울에서 지금은 청년 세대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는 수익 모델로) 공유 주거 등이 논의되지만, 이제 곧 머지않아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주택 모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베를린의 베기넨호프(Beginenhof)는 일련의 건물들이 커다란 블록의 외곽을 만들고, 그 안에 녹지 등의 공공 공간을 만드는 유럽의 전형적인 페리미터 블록(perimeter block)의 일부입니다. 1층에는 공용 공간을 1층에서 6층에는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개별 주거를 배치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네 세대는 6-7층 복층 구조입니다. 외부 발코니가 있는 세대와 없는 세대를 나란히 두어 건물에 리듬을 부여하고, 얇은 부재들은 건물에 경쾌한 인상을 부여합니다. 노인 시설이 기피 대상이 되는 서울에서도 참조할 만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베를린의 베기넨호프와 비슷한 시도들이 독일 곳곳에서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 활발히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덩달아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1980년대 초 베를린에서 그때까지 남아 있던 빈 땅(2차 세계대전 폭격으로 파괴된 지역 등)에 대규모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건축사에서는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를 알린 대표적인 기점으로 평가 받습니다. 당대 스타 건축가들이 총출동해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행사였습니다. 그때 ‘평등 주거’(Emanzipatorisches Wohnen)라는 이름의 일련의 여성 중심 주택 프로젝트가 있었고 여성 건축가들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동대문디자인파크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도 하나를 맡았던 모양입니다. 그 무렵엔 1인 주거용 건물도 아니었고, 하디드도 직선을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관련 자료들은, https://www.frauenwohnprojekte.de 마티의 취향 이탈리아덕후의 세 가지 추천 by 마케터J 마티에서 일하며 기뻤던 순간 중 하나는 저와 같은 이탈리아덕후들을 만났다는 거예요. 30명 넘는 외국어공부 온라인모임에서도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겠단 건 저 혼자였는데 여기는 여섯 명 중 세 명이나 있었어요! (마티의 관련 책은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 <미래주의 요리책>이 있어요.☺) 식문화/예술/건축까지, 왜 덕후가 되었는지 앞으로도 슬금슬금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를 소개할게요. 1.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다 온 분들이 삼각지에 오픈한 포카치아 전문점이에요. 가오픈 첫 주부터 늦게 가면 음식이 다 떨어져 있는 핫한 곳...이지만 이제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하신대요! 풍기 포카치아와 프로슈토 샌드위치에 아페롤이랑 프로세코 마시러 가야겠습니다. 2. 아이엠 티라미수 마티 사무실과 가까운 서교동으로 오셔서 행복합니다. 이곳도 이탈리아에서 요리 유학하고 돌아온 사장님이 운영해요. 오리지널, 프라골라(딸기), 신 메뉴 피스타치오 추천합니다! 지친 오후에 티라미수 한 입이면 살살 녹는 맛에 스트레스도 살살 녹을 것입니다...😋 현대카드가 이태원 스토리지에서 시작한 매거진 전시. 다이브 앱에서 예약 후 무료 관람 가능합니다. 시대적 의미를 지닌 <라이프>, <내셔널 지오그래픽>, <도무스>, <플레이보이>, <롤링 스톤즈>를 창간호부터 볼 수 있어요. 저는 물론 이탈리아 건축잡지 도무스를 보며 황홀했습니다. 도서출판 마티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