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 책 세 번 읽었어요!”
“인생 최고의 책이에요.”
“이 책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마이너 필링스』 북토크가 끝나고 캐시 박 홍 작가 사인회가 있었는데요, 사인을 받으며 독자들이 서툰 영어와 능숙한 한국말을 섞어 가며 꺼낸 말들입니다. 북토크는 『마이너 필링스』가 남긴 여운의 파장을 다시 한번 흔드는 자리였어요. 진지하고 단단한 육성으로 캐시 박 홍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책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이다혜 씨네21 기자님의 따뜻하면서 예리한 질문과, 유지원 미술평론가의 단정한 통역이 그 감동을 꼬옥 붙잡아주었고요. 그날 자리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몇몇 대화를 줄이고 각색해 실어 보냅니다.
이다혜(이하 이): 마티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한국말로 번역하지 않고 음독했어요. 그만큼 중의적인 제목인데요, 이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캐시 박 홍(이하 캐시):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런데 그냥 마.이.너.필.링.스.라고 썼더라고요요. (웃음) 결국 번역하기 어려웠던 거죠. 이 말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이 책에서 저의 내적인 자아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특히 주류 문화에서 말로 전하기 어려운 느낌들에 대해서요. 가령 수치심, 불안, 편집증 같은 것이죠. 이런 감정은 소수자 집단이 자신이 느낀 것을 인정받지 못할 때 가지는 감정인데요. 비단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뿐 아니라 사는 곳과 무관하게 어느 소수 집단에서나, 여성이나 퀴어도 느낀다고 생각해요.
이: 한국계 배우가 출연하는 미국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지고, 이민진 작가가 쓴 『파친코』도 미국 내 인기가 높은데요, 미국에서 소수자의 목소리에 관심이 커지는 걸 실감하시나요?
캐시: 처음 『마이너 필링스』 원고를 들고 출판사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 독자가 없을 거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책이 출간되고 나니, 미적지근한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을 재현해주길 바랐던 아시아인들이 큰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단지 백인들이 소수자의 이야기를 더 알려고 해서라고만 보기는 어려워요. 유색인종들이 그러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성이 커지는 거죠.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각 변동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캐시: 백인 남성의 경험이 보편으로 인식되는 유럽 중심적이고 제국주의적 관점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문제입니다. 이런 식민적 자아가 세계적으로 만연하게 된 것은 미디어의 재현과 실질적인 점령을 통해 그런 관점이 수출되기 때문이고요. 이는 한 인간이 타인이 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 자신 안에 갇혀 타인과 연결되지 못하게 합니다. 자기 자신만 읽어내는 문제를 일으키죠.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이런 관점을 열어주어야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당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은 누가 있나요?
캐시: 너무 많아요. (웃음) 어제[북토크 전날] 김혜순 시인을 만났는데 무척 감명 깊었어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 중에서는 테레사 학경 차, 그레이스 조 등이 있어요. 젊은 작가들을 주목해 보고 있습니다. 제임스 볼드윈 같은 흑인 지성인들에게도 빚지고 있죠. 페미니스트 이론가인 수전 손택, 로랜 벌런트도 있고 메기 넬슨도 상당히 좋아해요. 그 외에 너무 많아요.
독자: 20대 초에 가족과 크게 싸운 후 대화하기를 그만뒀다가 최근에 다시 하게 됐어요. 딸로서 받았던 차별이 책을 읽으며 많이 겹쳐졌었는데, 작가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실지 듣고 싶습니다.
캐시: 이야기를 나눠줘서 고마워요. 가족이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좀 쉬는 것도 방법이에요. 계속 싸우면 스스로에게 상당히 나쁠 거예요. 가족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테니, 멘토나 친구, 당신의 고통을 이해해줄 다른 사람과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를 성장하게 하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을 만나세요.
북토크를 아쉽게 놓치신 분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습니다. 7월 12일, 알라디너 TV에 마이너 필링스 북토크 전체 녹화본이 공개됩니다! 놓치지 마세요!
덧: 공간 협찬과 북토크 영상 촬영에 도움을 준 서점 알라딘, 사진 촬영을 맡아주신 임예솔 독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