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신성아 작가님과 안온 작가님에게 책 추천을 부탁드렸어요. 반나절만에 뚝딱 글을 보내주셨답니다. 마치 이런 부탁을 받으리라고 예상하셨다는 듯이요.🙃
오늘은 책만 그득 담아서 보냅니다. 장바구니 넘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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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 여성의 날 🌹🥖 장바구니 채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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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아 작가님의 추천
『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민음사, 2018
매년 합계출산율이 발표될 때마다 나라가 들썩거린다. 총선을 앞두고 출산율 제고 방안과 돌봄 정책도 쏟아진다. 그동안 여성에게만 부과됐던 돌봄노동을 이제라도 공동체가 나눠 맡겠다는 것인데 늘봄학교든, 온동네 초등돌봄이든 별 소용없을 것이다. 성별 분업과 모성 신화를 신봉하는 사회, 돌봄노동의 교환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장, 어리고 약한 사람에 대한 차별이 노키즈존으로 호도되는 나라에서 공동체 돌봄은 필패다. 구병모 작가는 『네 이웃의 식탁』에서 바로 이 허상을 묘파한다. “집에 있기로 결정한 사람이 개인적 욕망을 내려놓고 육아를 보람으로 삼는 것”이 어떻게 가정을 무너뜨리는지, 돌봄 수당이나 무상주택이 왜 효과가 없는지 낱낱이 폭로한다. 너무 나 같거나 내 이웃 같은 사람들이 겪는 구차한 사건·사고도 뻔하지 않다. 핍진하다. 지금 우리가 겪는 돌봄 문제가 그렇게 난처하다. ‘집안의 천사’가 해야 할 일을 ‘보이지 않는 손’이 좀 거들겠다는 탁상공론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이 땅에 똑같이 발붙이고 서 있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겠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만 변화가 겨우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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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온 작가님의 추천
『문밖에 누군가가』, 김지현·오선영·장희원·황유미·송유나, 네시오십분, 2022
서로가 서로의 작품을 소개하는 초대장이 소설에 앞서 있다. 자연스레 얽힌 단편 소설 다섯 작품은 거대한 탱자나무 같다. 낡은 오피스텔에 사는 가난한 여자(「4:30,508호」). 엄마표 영어에 목매며 끊임없이 중고 거래를 하는 여자(「어니언마켓」). 집 안인데 집 밖의 시선이 무서워 바지를 주워 입는 여자(「원영」), 공연히 성난 댓글의 타깃이 된 여자(「타깃」). 수세식 화장실이 없던 집에서 측신의 저주를 기다리던 여자(「가리어진 섬」). ‘여성, 공간, 공포’를 테마로 풀어낸 이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익숙하다. 그래서 무섭다. 그 일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으로부터 자라난 날카로운 감각을 읽다 보면 문제에 대해 말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다섯 명의 작가진이 빚어낸 언어의 가시가 여성을 겁주는 가난과 가부장제와 폭력의 웃자란 울타리를 힘껏 겨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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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순의 추천
『젊고 아픈 여자들』, 미셸 렌트 허슈, 정은주 옮김, 마티, 2022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오월의봄, 2023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웅진지식하우스, 2020
『일하다 아픈 여자들』, 이나래 외, 빨간소금, 2024
“여자들”은 부러 내보여야 할 것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가 묵살당하고, 성별화된 문제들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질병은 ‘특수하게’ 다루어져서 의료 연구가 활발하지 않고, 성인 남성을 표준으로 삼는 노동 환경은 여성의 신체에 맞지 않다. 남성부양자 모델이 철저히 힘을 잃은 지금도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70%에 불과하고, 약한 경제적 지위는 여성을 원가족에 묶어 놓으며 단독으로 살아갈 기회를 앗아간다. 객관적이라고 찬양받는 각종 데이터마저 언제나 남성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향되니, 여성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문제는 여성 스스로 밝혀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여자들”이라는 제목을 단 책이 쉬지 않고 나오는 것이다. 올해에는 또 어떤 “여자들” 책이 나올지, 한숨과 기대가 뒤섞인다.
덧: 『일하다 아픈 여자들』을 출간한 빨간소금🔴🧂이 서점 알라딘의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지탱하는 단단한 출판사’로 초대되어 이벤트를 진행 중이에요. 구경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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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는 나와 상관없다 하시는 분들께,
🦻 팔랑
지금껏 이런 신간은 없었다. 이것은 실용서인가, 사회과학서인가, 라고 너스레를 떨고 싶은데 아서라, 말아라 죽순 편집장님의 혀를 내두르는 소리가 사무실을 횡단합니다. 암요, 알고 말고요. 『집짓기 바이블 2.0』만큼 우리 각주 구독자님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을 마티 신간은 앞으로 없을 겝니다. 그럼에도 꼭 썰을 풀고 싶으니, 잠깐만 아주 잠깐만 들어주세요.
영화 「중경삼림」(1994) 속 대사 기억하시죠? 임청하가 금성무한테 던지던 질문, "두 유 라이크 파인애플?" 제가 중학교 때 이 말투를 흉내내는 게 유행이었어요. 편집자는 책을 기획해 엮고 만들며 수많은 인상을 길어올리는데, 가령 이런 거죠. 파인애플 같은 책, 호두 같은 책, 페스츄리 같은 책... 우리가 파인애플을 갈라봐서 그렇지, 처음 파인애플을 본 사람에게 속살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고요. 어렵죠? 그토록 딱딱하고 까칠한 외피 속에 노랗고 시고 달디단 과육이 있다고, 푹 곤 양지처럼 결이 살아 있어 결대로 쉽게 갈라지지만 마냥 부드럽기만 하지도 않고, 게다가 온 방을 휘두를 정도로 향이 강해 모두가 좋아할 맛은 아닐 수 있고 덜 숙성될 것일수록 피부에 알러지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그치만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익어 가면서 첫날, 둘째 날, 셋째 날, 점점 더 맛있어질 수 있다고. 『집짓기 바이블 2.0』은 이런 책이에요.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커다란 주제로 시작해, '예산을 조율하는 합리적인 요령'까지 매우 디테일하게 파고드는데, 사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집짓기가 아니에요. 커다란 주제는, 『외롭지 않을 권리』와 같고요, 최근 나온 『즐거운 남의 집』과도 닿는 구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집'을 얘기하기 전에 '거주'에 대해 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주거권'을 갖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집이 자산 가치로만 환원되기에 시민 각자에게 주거권이 있다는 생각조차 떠올리기 어렵지요. 이 책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주거권에 대해 묻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길 촉구합니다. 부동산 관련 법, 집을 사고 팔고 빌리는 모든 절차에 대한 법과 세금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시로 바뀝니다. (사람이 살도록 만들어놓고 실제 살고 있는데 보유세를 제하기 위해 주택에 포함되지 않도록 한다는 법은 대체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요? 너무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4월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집니다. 계류 중이 숱한 법안들이 있으나 가장 시급한 법안이라면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돌봄 문제에 직결되는 '생활동반자법'이 아닐까요? 『외롭지 않을 권리』는 생활동반자법이 무엇이고, 이 법이 어떻게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재정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까지 정리합니다. 저자 황두영도, 용혜인 의원도, 장혜영 의원도 발의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이번 총선이 '생활동반자법'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즐거운 남의 집』에 출연하는 '가장다운 가장' 망원동 ENTJ 다림 씨의 얘기가 『집짓기 바이블 2.0』의 참여자 최이수 씨가 겪었던 것과 겹쳐져 아는 사람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최이수 씨는 신혼 살림을 망원동에서 시작해 망원동의 숱한 이웃들과 골목을 누비며 '우리동네'를 즐기며 가꾸어갑니다. 그러다 망원동이 핫플레이스로 솟아올라, 망원동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망원동 사람들은 모두 망원동을 떠나야먄 했습니다. 최이수 씨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는 이후 은평구로 터전을 옮겨 5년간 내집짓기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 다세대주택을 허물고 신축 단독주택 짓기 프로젝트,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연희안경(각주* 83호 참고)에서 맞춘 "똑디" 안경으로 더 샤프해지신 우리 편집장님의 만류에도 『집짓기 바이블 2.0』을 구독자분들께 소개하는 이유는, 집을 갖기 어렵다고 집에 대해 알기 싫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기 떄문입니다. 집을 소유하고 빌리는 데 대한 법이 바뀔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해요.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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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수다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잘게 깨뜨리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다간 내 치아는 바수어져 가루가 될 거예요.”
— 카먼 마리아 마차도,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엄일녀 옮김, 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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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기획 창 “어머니의 된장국: 가사노동 해방일지” 편에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저자 신성아 선생님께서 출연하셨어요. 32분 20초부터!
가사 및 돌봄 노동의 성 불평등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이 더 자주, 더 많은 곳에서 언급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 포함)
“시사기획 창: 가사노동 해방일지” 👉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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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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