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준 것들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았던 것도 의외로 꽤 있더라 고독한 재택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노동요 덕분에 호그와트 겨울 연회장에 와있어요. 올해가 정말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싶어 한 해 동안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준 것들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았던 것도 의외로 꽤 있더라고요? 여러분은 무엇에 기대어 2020년을 보내셨나요? 아래 버튼을 눌러 알려주세요. 각주 다음 호에 다함께 공유할게요! *아래 이어지는 마티 사람들의 <올해의 **> 그림은 각각 판화 전공자, 아이패드 처음 산 사람, 손가락에 애플펜슬 달린 것 같은 사람, 그게 부러워 아이패드 두고 손가락으로 그린 사람, 9살 어린이가 그렸습니다. 🎒마케터 J 올해의 뷰맛집: 제주 산방산 근처에 며칠 머물며 사계리에 반했습니다. 재주상회에서 운영하는 사계생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들고 옥상에 올라가 탁 트인 마을-바다-산방산을 바라본 시간은 행복했어요. 올해의 뇨끼: 삼각지 내추럴와인바 '파브'에서 먹은 뇨끼. 표고버섯-블루치즈 크림소스와 홈메이드 뇨끼와 로즈마리 크럼블 삼합으로 입에 넣고 와인 한 모금 마시면 캬. 올해의 온라인만남: 공연과 전시 보고, 강연 듣고, 친구랑 짠- 하고, 한 해 동안 화상미팅 앱으로 참 별걸 다했어요. 그중 제일 좋았던 건 의외로 온라인 요가! 유튜브에 널린 게 요가 영상이지만, 실시간으로 선생님과 소통하는 게 몰입도가 높았어요. 올해의 각본집: 출판사 goat에서 출간한 에릭 로메르의 『사계절 이야기』 덕분에 각본집 읽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이규태 작가의 표지 그림도 아름다워요. 넷플릭스나 왓챠에 좀 올라왔으면⋯ (왓챠에 「녹색 광선」만 있음.) 🍏 에디터 S 올해의 뉴스레터: 캐릿(Careet). 나도 90년대를 살았는데 왜 때문에 90년대 생과 나는 이토록 다른가. 올해의 반려식물: 사무실에서 기르는 알로카시아, 이름은 안테나. 마티 실용 브랜드 이름을 붙인 반려식물인데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중! 알로카시아 물 절대 많이 주지 마세요!! 올해의 시집: 에이드리언 리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이보다 덜한 것을 위해 안주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의 습관: 듀오링고(언어 학습 앱). 올해라고 하기엔 민망하게 12월 14일에 시작. She drinks water를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의 선물: Bezzecca 올리브오일. 선물한 사람에게서 옴총 맛있었다는 후기를 들었습니다. facebook.com/bezzeccakorea 에서 비정기적 공구가 가능해요. * 그림은 아이폰xs 메모장에 손가락으로 그렸습니다. 뿌듯. 🧶디자이너 J 올해의 가내수공업: 니트 백이 유행하면서, '내가 떠볼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작은 컵 받침부터 가방 3개, 보닛햇까지 떴어요. 새벽까지 코바늘을 내려놓을 수 없어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손가락 관절이 시려서 그만두었지만요(다시 시작할 거예요 아마도). 올해의 잠옷: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옷에 관심이 생겼어요. JAJU에서 나오는 잠옷은 촉감도 좋고 디자인도 예쁜데 할인을 자주 해서 여러 개 쟁여두었어요! 올해의 폰남친: '김선호'. 저만 좋아하는 거 아니죠? 올해의 문장: "나는 시간을 한껏 잡아 늘이고 싶고, 아무 조건 없이 나 자신이 되고 싶다."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 올해의 애플리케이션: 업무용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바꾸다가(에버노트, 원노트, 솜노트 등) 현재 정착한 게 구글킵(Google Keep)이에요. 업무 중에 구글 캘린더를 항상 켜두고 시간관리를 하는데, 구글킵을 왼쪽에 작게 띄워놓고 직관적으로 메모하기 좋아요. 아주 기본적이지만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잘 쓰고 있어요. 🐶 에디터 P 올해의 애플리케이션: 리퀴드 텍스트(Liquid Text). 아이패드 전용앱, PDF 파일을 읽고 발췌하고 정리하는 데 신기원을 열었다.올해의 바이닐 레코드: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Jazz goes to college.” 동네 진부책방에서 구입한 중고음반, 폴 데스먼드와 데이브 브루벡의 즉흥연주에 몸이 녹아 흐물흐물.
올해의 스포츠 명장면: 11월 29일 F1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하스 팀의 로맹 그로장이 20여 초간 화염에 갇혀 있다 걸어 나오는 장면. 영웅적 순간. 올해의 밀키트: 일편떡심 1단계. 밀떡+고춧가루 조합 떡볶이의 이데아. 올해의 문장: “사는 것이라면, 우리 하인들이 대신 해줄 것이오.” 그러고나서 연인에게 같이 죽자고 청한다. 빌리에 드 랄라당의 『악셀』 (1890). ‘저 따위 공놀이는 하인들에게 맡깁시다’와는 차원이 다른 허무주의의 극한. 🍊에디터 J 올해의 홈트: blogilates. 구독자 541만. 사성조가 살아있는 영어를 들으며 홈트 가능. “헤이 가이즈~~ 쏘굿쏘굿~” 최소 이틀은 계단 포기각.
올해의 남자: 키아누 리브스 이후로 첫 호기심. 외른 웃손.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문제가 아님. 그는 세상이 놓친 남자. 올해의 어린이책: 『조금만, 조금만 더』(존 레이놀드 가디너 글,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시공주니어, 2019). 조금만 읽어주려고 했는데 새벽 2시. 꺼이꺼이 눈물이 쏟아져버려, 결국 마지막 쪽은 누워 있던 꼬맹이(위 그림 제공자)가 일어나 읽어줌.
올해의 평전: 『아바도 평전』(볼프강 슈라이어 지음, 이기숙 옮김, 풍월당, 2020). 한평생, 하나의 지향에 이토록 오롯이 행복할 수가 있을까. 끝까지 저리 맑은 미소를 보여준 노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올해의 오렌지주스: JUVER(후버) 오렌지착즙 96%, 과육 4% -- “우쥬라이크썸씽투드링크?” “아륀지주스, 플리즈.” 하고 받아먹던 딱 그맛. 날카롭게 디깅하기 by 에디터 S 1969년 제7회 뉴욕 영화제에서 수전 손택과 프랑스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만났습니다. 손택은 첫 영화 「듀엣 포 카니발」을, 바르다는 「라이언스 러브」를 여기서 처음 공개했고, 뉴욕공영방송 스튜디오에서 잭 크롤의 진행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졌죠. 『날카롭게 살겠다』에 이날의 일화가 등장합니다. 꾸밈 노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손택의 부스스한 머리가 바르다의 단정한 똑단발과 비교되며 세간에 오르내렸다고 해요. 디깅에 발동이 걸립니다. 구글에 sontag and varda를 치니 30여 분짜리 영상과 스크립트 편집본이 뿅!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손택의 몸짓에 반하고 동글동글한 명랑함을 뚫고 나오는 바르다의 눈빛에 치입니다. 두 사람을 한자리에서 보다니, 발가락에 흥이 실립니다.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은 앞으로 교정지로 돌아올 때까지 한참 걸릴 것이란 재앙의 전조. 1시간 45분짜리 「듀엣 포 카니발」 재생 버튼이 눌리고, 자막 없이 맹숭맹숭하게 보면서 작가 손택이 아닌 감독 손택을 탐합니다. (손택은 영화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교정지가 넘어가면서 디깅 타깃도 바뀝니다. 『라이프』에 기고를 막 시작한 디디언은 베트남 전쟁 건으로 북베트남 특파를 요청하지만 데스크는 “남자들이 갈 것”이라며 거절하는 일화가 『날카롭게 살겠다』에 소개됩니다. 원 출처는 디디언의 에세이 『상실』(절판) 145쪽. 『상실』에 푹 빠져 재출간을 고민하는 중이죠. 여기서 멈췄다면 좋았을 걸, 이번엔 경로를 이탈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점프합니다. 순전히 『라이프』 가 트리거가 된 거죠. 이 영화를 『라이프』라는 잡지사가 사라지는 이야기로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넷플릭스에 접속. 영화가 디깅의 종착지는 아닙니다. 라이프 아카이브에서 만든 2021년 달력,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어느 순간부턴 디깅 자체가 목적이 돼버려요. 파커가 극본을 쓴 영화 「스타탄생」 dvd를 안 볼 것 같지만 삽니다. 1940년대 미국 문학가와 지식인 모임 ‘앨곤퀸 원탁’에서의 파커 모습을 엿보게 해줄 영화 「미세스 파커」 dvd도 삽니다. 앨런 루돌프 감독의 「미세스 파커」는 1994년 칸 영화제 공식 초청되어 황금종려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그해 수상작은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 참, 『날카롭게 살겠다』에 등장한 작가 대다수가 다큐멘터리가 있고, 디디언의 다큐 「조앤 디디온의 초상」이 넷플릭스에 있어요. 슬슬 책을 벗어나 여기저기 파헤치기도 하죠. 실존 여성 작가가 주인공인 영화부터. 실비아 플라스-「실비아」 , 버지니아 울프-「디 아워스」 , 제인 오스틴-「비커밍 제인」 . 다시 「제인 오스틴 북 클럽」 으로. 무대를 바꿔 『날카롭게 살겠다』 에서 다루는 시대의 뉴욕 음악계로. 1938년, 무려 96년 만에 최초로 뉴욕 필하모닉 마에스트라로 취임한 안토니오 브리코, 그녀의 분투를 담은 영화 「더 컨덕터」를 디깅 목록에 올리고⋯ 디깅엔 마감이 없네요. 저는 오늘도, 깊고 넓게, 책을 팝니다. 집콕하며 보내야 하는 연말, 조금은 기분 좋아지는 일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책 선물을 준비했어요. 마티가 2020년에 만든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골라주세요. (위 이미지에 연결된 인스타그램 게시물 댓글로 참여 가능합니다. ~12/20일까지)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를 편집한 마티 편집자 S와 『마음의 발걸음』을 편집한 반비 편집자 pip이 서로의 책을 바꿔 읽고 서평을 써주기로 했습니다. 신박하죠⋯? 책 선물도 크로스로 드립니다! 도서출판 마티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