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과 영업 사이: 군산북페어 후기
🌱죽순
“어? 다조진다 @da_jojin_da 아시는구나! 어머, 어머, 웬일이야! 복태와 한군, 치앙마이 바느질 장난 아니죠. 뒤표지 봐보세요. 비닐봉지에 우산까지 꿰매요. 이것은 재능인가 광기인가! 치앙마이에서 배워 온 바느질을 전파하면서 수선하는 삶의 태도도 나누려고 쓴 책이에요.”
“와… 이 책을 아직 안 읽으셨다니 부러워요. 마티가 낸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첫 번째 책인데, 진짜 좋거든요. 이제 읽기만 하면 되신다니, 안 부러울 수가 있겠습니까!”
“역시 고양이죠. 안 집어들 수가 없죠. 앞 표지에 제목 안 넣어줘서 편집자가 몹시 심이 상했던 책이에요. 과학 전문 칼럼리스트가 썼는데요, 책을 시작하는 질문은 간단해요. ‘고양이 왜 귀엽지? 얘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나 얘랑 왜 살지?’ 하지만 고양이라는 하나의 문화 현상을 탐색하면서 새 애호가들과의 갈등, 품종 개량 같은 문제까지 폭넓게 짚어줘요.”
“그거! 마지막이에요. 대니 샤피로라는 유명한 미국 소설가가 쓴 에세이인데요, 작법서가 아니라 쓰는 행위, 쓰는 태도에 관해서 조분조분 이야기해요. 짧은 꼭지가 40여 개 이어지는데, 침대 머리 맡에 두고 자기 전에 한두 꼭지씩 매일 읽으면 좋아요. 편집하면서 밑줄 긋느라 진도가 안 나가던 책이에요.”
여기서 잠깐, 위에 소개한 책들의 제목을 유추해보세요! 정답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아, 그건 그냥 한 장 가져가세요. 마티가 2주에 한 번 발행하려고 애쓰는 이메일 뉴스레터 각주라고 있는데요, 군산에 소개하고 싶어서 몇몇 호를 꼽아서 지면에 옮겨 왔어요. 지금 마티에 디자이너가 없어서, 저는 편집자인데, 직접 조판한 거예요. 어때요, 어때요? 디자인 괜찮나요? 괜찮다고 하시면 디자이너 명함 하나 파려고요.😁”
입을 쉬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나갈 것 같은 분에게도 “안녕하세요, 마티입니다” 인사하며 눈으로 붙들어 책 앞으로 모셨고, 인파에 밀려 책을 집어 들지 못하시는 분들께는 말씀만 하시면 책을 건네드리겠다며 손짓했습니다.
책을 판매한다고 생각할 때는 북페어가 멀리 느껴졌는데, 책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책이 바닥날수록 아쉽더라고요. 만들어 간 “책 너머는 책이다” 책갈피 속 책들과 다른 부스도 성심껏 소개했습니다.
『박물관 소풍』을 구매하신 분은 호미와낫 김서울 작가님 부스로 안내하고,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을 고르신 분은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을 낸 출판공동체 편않을 소개하고,
『미술 사는 이야기』에 관심 있으신 분은 미디어버스와 워크룸프레스로,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을 유심히 보신 분은 『언다잉』이 있는 리시올/플레이타임으로,
『계속 쓰기』를 들었나 놨다 하시는 분께는 『인공지능은 우리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낸 유유와 『페르소나주』를 낸 일구팔사북스를 알려드리고,
『거실의 사자』를 귀여워하신 분은 유일무이 고라니 책 『이름보다 오래된』을 가지고 있는 가망서사로…
이틀 동안 책과 책을, 출판사와 출판사를 연결하려 애썼습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 정답
『죽음의 바느질 클럽』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거실의 사자』
『계속 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