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문헌 페이지를 존경하고(?) 애정하는 저는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삽니다. 글자크기 8포인트로 적힌 참고문헌들을 훑으며 흥미로운 논문을 발견하면 쟁입니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에 형광펜을 죽죽 긋고,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 제목의 맛이 자극적인(?) 외서는 출간 가능성을 점쳐봅니다. 책 하나에 담긴 책이 수십, 수백 권이란 사실이 늘 새롭고 짜릿해요.
이 문장을 처음 본 건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을 편집할 때였습니다. 2019년이죠. 본문보다 눈에 띄게 별면 처리된 책에 관한 인용구 25여 개 중 맨 마지막 문장이었어요. 본래 문장은 “따라서 책 너머란 여전히 책이다”이고, 에드봉 자베스의 『예상 밖의 전복의 서』에서 발췌한 것이더라고요. 읻다에서 2017년에 번역해 한국에 소개한 이 책은 우주적이고 신비로운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사막의 모래가 머리 위에서 빛나고 하늘의 별이 발 아래에 채이는 전복의 우주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 채, 간신히 몇 문장에 밑줄을 긋고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책 너머는 책이다”라는 한 문장을 오롯이 건졌으니 충만한 독서였죠.
이후 저는 “책 너머는 책이다”로 몇 가지 실천을 합니다.
하나, 신간 홍보의 방향을 살짝 선회합니다. 마티의 신간만, 또는 마티의 신간을 마티의 구간과 엮어 소개하던 것을 다른 출판사의 책들과 연결하기 시작한 것이죠.
대체로는 유관 분야의 책을 묶었습니다.
예)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 -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종종 나름의 비평을 덧붙였고,
예) 『마이너 필링스』 - 줌파 라히리의 책들
드물게 언어 유희를 즐겼습니다.
예) 『나무의 맛』 - 『혁명의 맛』 - 『날씨의 맛』 - 『귤의 맛』 - 『동사의 맛』 - 『여름의 맛』 - 『책의 맛』
둘, “책 너머는 책”이라는 의미 안에는 시간적 선형성이 부재하죠. 신간과 구간의 경계는 어쩌면 ‘독자가 이 책을 언제 알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은 독자가 지금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겠죠. 사유에 ‘시의성’이 없듯, 책도 그와 무관하게 언제나 새로이 언급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2024년 1월 (온라인) ‘구간 인식 주간’을 선포하고(?) “책 너머는 책이다” 코너를 운영해보기도 했어요.
예) ‘구간 인식 주간’의 책 너머 책 코너
셋, 지난 8월 군산북페어에 참가하며 “책 너머는 책이다” 사진 책갈피를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 이유에서였어요.
1) 마켓형 북페어에서 출판사가 장사를 하면 서점은 그만큼 기운이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독자가 페어에서 구매한 마티 책을 읽은 후 사진 책갈피 속의 다른 책을 구매하러 서점으로 가길 바랐습니다.
2) 독자들에게 계속 읽자고 제안하고 싶었고요,
3) 같은 주제의 책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것을 넌지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성산동에 위치한 꼬메아미꼬 갤러리에서 《책 너머는 책이다: ( )의 제안》 전시를 엽니다. 군산북페어의 후기를 겸하는 이번 전시는 〈책 너머는 책이다 사진 책갈피〉를 전시하고요, 주변의 동네서점 다섯 곳의 “책 너머 책”도 선보입니다. 갤러리뿐 아니라 다섯 서점에서도 전시를 진행하는 것이니, 시간 넉넉하게 잡고 와주세요.
“책 너머는 책이다”라는 문장이 또 앞으로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