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 101호에서 세상 진지하고 엄중하게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 하며 ‘21세기 최고의 책’ 10권을 골랐는데요. 서로의 목록을 확인하는 일도, 제게 크게 영향을 준 책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는 일도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21세기 최고의 책을 듣고 싶어졌어요. 각주*에서 그 목록을 한두 개씩 소개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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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책 10권
오늘의 필자는 21세기에 태어난 모서리 님. 각주*에 그림으로 참여한 적 있고, 그림책 나눔을 먼저 제안해주었던 친구랍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사무실에 와 있어서, 청탁했어요! 흔쾌히 청탁을 수락해준 모서리 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모서리
1.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1』, 김혜원 옮김, 문학수첩, 1999.
2. 루이스 캐럴 글·존 테니엘 그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공주니어, 2001.
3. 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홍연미 옮김, 길벗어린이, 2013.
4. 존 클라센,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3.
5. 모리스 샌닥 글·세실 조슬린 그림,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3.
6. 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4.
7. 안녕달, 『수박 수영장』, 창비, 2015.
8. 이원영,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글항아리, 2017.
9.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이원경 옮김, 밝은미래, 2020.
10. 토베 얀손, 『무민의 겨울』, 따루 살미넨 옮김, 작가정신, 2021.
🔖 한 권을 골라서 코멘트를 단다면?
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그래도 행복하니까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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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성 불면, 내란성 폭식, 내란성 과민성대장증후군, 내란성 울분 …… 한편, 다시 열린 광장에서 겪은 연대의 힘, 몸을 움직이는 말, 희망와 미래의 징조 …… 그러나 또다시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내란성 우울의 나날을 보내면서 교정지에 그어놓은 밑줄을 다시 찾아봅니다.
12·3 사태 직후 교정지를 보면서는 갑자기 한국에서 ‘정치적 우울’을 이야기하기에 적절하지 않게 된 것도 같았어요. “직접 행동과 비판적 분석을 포함해 정치에 대응하는 관습적 형태가 더 이상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별 효과가 없으며, 우리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데도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정치적 우울’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민과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고 회복해야 하게 되었으니, 그 이전과는 생각도 감각도 달라질 수밖에요.
12월 초, 12월 중순, 12월 말, 1월, 그리고 2월 초. 『우울: 공적인 감정』의 문장들에 매번 조금씩 다르게 공명하게 됩니다. 기억에 남은 「서론」의 몇몇 대목들을 나눠봅니다.
“우울한가요? 우울은 정치적일 수 있다니까요!” (17쪽)
“나쁜 느낌들을 얼버무리고 숨기는 게 아니라 수용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은 회고록에서 영감을 끌어왔지만 철학서와 자기계발서도 지침서로 활용한다.) 그리하여 일상의 실천, 문화적 생산, 정치적 운동의 일부로서 부정적인 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탐색한다.” (19쪽)
“특히 중요했던 것은 수치심, 실패, 멜랑콜리,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탈병리화하고 그 결과 유토피아, 희망, 행복과 같은 범주를 부정적 느낌들의 여러 형식과 뒤엉켜 있는 것이자 심지어 부정적 느낌들에 의해 촉진되는 것으로 재사유하는 모델들이다.” (23쪽)
“정치적 우울에 대한 토론은 실망을 견디며 살아가는 방법과 급진적 비전과 삶의 방식이 끈질기게 지속된다는 점을 스스로 상기하는 방법을 찾아낼 필요에서 나온다. 이것은, 저항의 여러 형태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주류에 흡수되는가에 대한 편집증적 주시라기보다는,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장소들을 알아보고 설명하는 것이자 살아남기 위한 전략들을 전수하는 것이다.” (25쪽)
“답보상태는 우리가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의 사회적 관련성이 분명하지 않은 순간에 일어난다.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순간에 창의성에 집중하는 것 혹은 자기만의 사유와 존재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유익할 수 있다. 확실히 그것은 회고록 쓰기가 나의 학술 프로젝트의 유용한 부분이 된다고 상상하게 만든 충동이다. 세지윅이 자신에게 글쓰기의 기쁨 중 하나라고 설명한 스타일, 화려하거나 치장을 많이 한 스타일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53쪽)
“우리가 경험하는 우울을 통해서 서로를 알 수 있게 된다면 어쩌면 우리는 우울을 활용해 답보상태의 순간을 지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답보상태 자체가 생산적 잠재력을 지닌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는 동시에 답보상태가 사회성의 여러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4쪽)
”이 책은 우울을 사전적 의미와 은유적 의미 둘 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붙들려 있는 상태의 한 모습이자, 그리하여 살아내기의 새로운 방식,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움직여가는 새로운 방식을 필요로 하는 일상생활의 한 모습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60쪽)
퀴어 정동 이론가 앤 츠베트코비치의 책, 마티의 ‘앳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을 각주*에 소개하고 계절이 바뀌었고, 우리 공동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네에, 출간이 늦어졌어요……. 이 책의 출간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믿어요.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츠베트코비치의 논의를 통해 지금 상황에 대해서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듯해 기대되어요. 이제 드디어 ‘진짜_최종_마감’에 돌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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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똥아기똥
작은 몸을 좌우로 둔하게 움직이며 느리게 걷는 모양.
쌀개
털이 짧고 보드라우며 윤기가 흐르는 개.
* 두 단어 모두 트위터(현 엑스)에서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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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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