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의 날은 1908년 뉴욕에서 있었던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자 클라라 제트킨이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컨퍼런스’에서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1911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2011년 기념 100주년을 맞이했죠. 1975년 UN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면서 지금과 같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올해가 여성의 날 40주년이라는 것은 UN의 발표를 기준으로 삼은 것일 뿐이고, 실은 115주년이죠.
나혜석 화가가 “여자도 사람이외다”라고 외친 지 90년 하고 1년입니다. 노동 현장에서의 성차별, 심각한 수준의 페미사이드, 성적 해방의 몸짓을 억압하는 지독한 보수화,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와 무지 등을 생각하면 아직도 유효한 외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장 관객 수가 극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서브스턴스」의 흥행은 복잡한 의미를 띄는 듯합니다. 극장을 찾기 어려우신 분들은 일부 OTT 플랫폼에서 구매해보실 수 있으니 시도(약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지도요)해보세요. 여성의 날 필청 영화로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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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를 본 자의 문장들: 3.8 여성의 날을 맞아
📚 편집부
모든 연령의 여성이 어떠어떠하게 보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만 아직 인생의 초반에 있는 여성은 가장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학자 조앤 제이컵스 블룸버그가 『몸 프로젝트: 미국 소녀들의 내밀한 역사』에서 표현한 대로 그들의 몸은 일종의 “공공 프로젝트”라는 것을 그들도 안다. 또 다른 여성은 온라인 문예지 ‘럼퍼스’(Rumpus)에 게재된 에세이에 이렇게 쓴다.
“여성으로서, 나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나의 가장 큰 자산 아니면 가장 슬픈 실패로 여겨진다는 사실에 익숙하다. 그리고 신체장애가 있는 여성으로서, 나는 여성의 몸이 여성이 가진 가치의 커다른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 속의 슬픈 부가물 같은 존재다.”
— 『젊고 아픈 여자들』, 200쪽
한 번도 차려입고 수업에 가지 못했던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멀쩡한 원피스를 입고 간 날은 종강일이었다. 갖춰 입은 모습이 보기 좋다던 그에게 일을 해야 해서 결국 학업을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고 말하자 그가 물었다. 그쪽을 선택하는 게 행복하고 현명한 선택입니까? (그는 늘 돈 버는 일을 그쪽 또는 그런 방법이라며 지시 대명사로 칭했다. 돈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에도 저어된다는 듯이.)
— 『일인칭 가난』, 62쪽
시작하기 // 나는 항상 얼굴을 먼저 그렸다. // 큰 눈, 금발 머리, 작은 입술 // 그리고 캔버스 위 굵은 줄무늬, / 콜드 크림 향기, 천 냅킨만큼 두꺼운 종이 // 나는 금발의 여자 양치기를 보았다 / 고리버들 바구니에서 초밥을 꺼내 먹는 // 이야기가 시작되는 방식, 고급스레 배치할 것 / 첫 문장을, 우리가 선명함을 숭배하는 방식
— 『몸 번역하기』, 101쪽
나의 섹슈얼리티는 곧 병리학적 판단 기준이었다.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그 사람은 뭔가 비정상이었다. (…) 의기양양한 페미니즘 서사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탈환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신체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큰 머리통, 어쩌면 한때는 중성적으로 깜찍한 매력이 있었을 수도 있는 아담한 몸. 하지만 이제 내 몸은 무심하게 방치되어 늘어지고 있다. 유방은 소파에 누워서 서핑할 때 쓰는 노트북 받침대다.
— 『마이너 필링스』, 234쪽
손택에 관한 글 중 그녀의 외모와 관련된 글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 그러나 내가 보기에 구경꾼들이 보여준 열광과 사진작가들의 훌륭한 솜씨와 달리 손택 자신과 미모의 관계는 더 복잡했던 것 같다. 손택의 공책에는 목욕을 더 자주 해야 한다는 자책의 말이 가득하다. (…) 언론은 더 쉬운 주제에만 매달렸다. “이 세상에 정의가 있다면, 수전 손택은 못생겼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평범하기라도 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에 서평을 쓴 여성 필자가 한 말이다. “그런 미모를 지닌 여자는 그렇게 머리가 좋을 권리가 없다.”
—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257, 260쪽
그런데 이 책들은, 꼭 좀 읽었으면 하는 사람은 안 읽는단 말이죠... 우리끼리 실컷 읽읍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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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결
차가운 기운
“달려오는 동안 인규의 몸에 배었던 땀이 식고 있었다. 겨등랑이와 가슴에 찬결이 들었다.”
— 한강, 「질주」, 『여수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2018 (초판 19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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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내향인인 편집자들에게 즐겁게 외출하는 곳이 생겼습니다. 정지혜 영화평론가가 진행하는 영화 비평, 워크숍, 집담회....인 “플로모션”입니다. 벌써 일곱 번째!
영화의 자리에 책을 대입해보고, 비평가의 자리에 편집자를 넣어보며 여러 고민을 하게 해주는 귀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제도 흥미진진. 같이 가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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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작업의 도구와 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극히 사사로운 비평의 재료들을 소개합니다.
영화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영화에 관한 책일 수도 있겠으나, 어디 영화와 영화 책만 있을까요. 그림과 음악, 춤과 운동, 소설과 시 등등 영화 비평의 길목에서 만난 특별하고 각별한 재료들입니다. 그 재료가 어떻게 영화 비평으로 이어졌는지, 어떻게 비평의 질문과 방편이 돼줬는지를 되짚으며 비평에 관한 현재의 단상을 전하고, 잠정적 비평 지도를 그려봅니다.
영화와 비평, 글쓰기, 글의 재료 탐색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비평 재료, 창작의 도구 역시 무척 궁금합니다. :)
* 일시: 2025년 3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5시 * 장소: 서울살롱 (서울 마포구 신촌로20길 18 지하 1층)
* 진행 순서 오후 2-5시 (중간 10분 휴식, 질의응답 포함) / 정지혜
* 모집 인원: 25명 (입금순 마감) * 참가비: 3만 원 * 입금: 정지혜 / 하나은행 391-910044-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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