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동선에 ‘광장’이 들어간 지도 100일 이상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집, 도서관, 서점이 아닌 장소에서 책과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힘겨운 와중이지만, 마감도 했습니다. 마티의 ‘앳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곧 출간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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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성 우울은 공적 감정이다”라고 광장에서 외쳐보았다…
🕯️ 초초
2024년 12월 3일 이후 108일째를 맞은 날에 각주*를 보냅니다. (한데 ‘아직’일 줄이야….😖) 지난 토요일 편집부는 “내란성 우울은 공적 감정이다”라고 적힌 작은 피켓을 등에 붙이고, 같이 읽고 싶은 『우울: 공적 감정』 속 문장들로 지라시를 만들어 광장에 온 동료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종이를 건네기까지 꽤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분들, 마티 책을 좋아하는 독자분들과 만나는 즐거운 순간도 경험했습니다.
108일을 보내면서 광장을 돌아다니는 책에, 읽기라는 행위의 저항적 의미를 상기시키는 실천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여의도, 남태령, 한남동 그리고 광주, 대구, 서울 전국 각지의 광장에서 책을 들고 나오는 시민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유심히 보게 되고요. 독자이자 출판 종사자로 책의 쓰임새가 발명되고 책과 독서가 본래 지닌 문화적·역사적·정치적 힘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에, 또 사회 성원으로서도 좋아하는 읽기로 투쟁도 하는 일석이조의 활동에 끌릴밖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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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광장에 나올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고 차별·혐오 표현을 금하는 등 더 평등하고 안전한 광장을 만들기 위해 주최자도 참여자도 노력하고 있음을 체감하는 지난 100여 일을 보냈지만 말입니다. 더불어 출근도 해야 하고 가게도 열어야 하고 병원에도 가고 잘 쉬기도 해야 하고요. 그렇기에 더 많은 존재에 열린 광장, 또 지속 가능한(?!) 광장을 위해 또 다른 시도도 필요할 텐데요. 정치적 행동의 다양한 방식을 고안하는 과제입니다. (물론 이런 점에서도 12·3 이후의 광장은 이미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죠!) 15일에 나눈 유인물에도 적은 『우울: 공적 감정』 발췌문이 보여주듯, 정치적 행동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행위주체성을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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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느낌을 공적인 토론장으로 끌어내면서 우리가 꾀하는 목적은 행위주체성을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상적 느낌에는 부정적 느낌이 포함된다. 이 느낌들은 몸과 마음을 매우 쇠약하게 할 것 같고, 미래나 사회운동이 품는 희망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우울이라는 개념이 우리를 완전히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님을 강조해야만 하겠다. 실제로 필 탱크는 노련한 퀴어 그룹이 구사할 법한 캠프(camp) 유머를 겸비했는데, 예를 들어 그들이 조직한 “전 세계 정치적 우울의 날”이 그러하다. 이 행사는 전통적인 시위 형식에 피로감을 드러내고자 참여자에게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오기를 권하는가 하면, “우울한가요? 우울은 정치적일 수 있다니까요!”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와 냉장고 마그넷을 나눠 주기도 했다. 목표는 부정적 느낌들을 탈병리화해 정치적 행동의 반대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으로 보게 하는 것이었다. ― 『우울: 공적 감정』, 17-1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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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행동의 의미 있고 흥미로운 사례로 책·독서와 연결된 광장의 실천들, 기억에 남는 투쟁 ‘잼컨’들을 소개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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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위치한 서점 ‘소년의서’는 3월 12일부터 매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5·18민주광장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 연대”하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장으로 나가 책을 읽읍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같이 읽어나가는 여정을 소년의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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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책 이미지 제공: 한강, 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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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에는 대구·경북 지역 독립서점 스물여섯 곳이 ‘윤석열 파면 촉구를 위한 대구경북 비상행동’을 꾸려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책방에 매여 있어야 하는 자영업자이기도” 하기에, “광장에 나가기 어렵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힙니다. 또 “독립서점은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이 흐르는 생동하는 공간이자 가장 일상의 단위에서 만나는 광장”이라고 선언합니다. 서점들은 각자의 에스엔에스에 입장문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여러 목소리가 담긴 웹포스터를 게시했는데요. 이런 구호가 기억에 남아요. “서점은 광장이다”, “시민의 힘으로 내란세력 청산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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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윤석열 파면 촉구를 위한 대구경북 비상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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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의 단식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 서십자각 부근 텐트촌의 가장 서쪽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러분 자유롭게 읽어주세요!”라는 설명을 단 ‘무지개책방’이 마련되어 있어요. 소설가, 시인, 편집자 등이 농성장에 기증한 책을 모아 책방 텐트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본 집회가 끝난 후 예술행동 텐트촌 영화인 연대 부스에 돌곶이요괴협회 원로 모임과 요괴노조 동아시아지부 주관으로 ‘요괴 서가’가 꾸려졌습니다. 내란 정국을 “요괴의 힘으로 끝장내자”는 자세로 농성장에서 함께 책 읽는 밤을 기획한 것이죠.
앞서 9일에 윤퇴청은 철야 농성에 동참하며, 함께 ‘민주주의 관련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모임을 조직하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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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논문 쓰다가 뛰쳐나온 사람들”, “원고하다 뛰쳐나온 로판 작가 모임회” 같은 깃발을 들고 나와 실제로 글을 쓰고 읽고 일하고 무언가 만들어내던 시민들이 생각납니다.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개근 환자 협회”, “전국 과민성대장증후군 연합: 깃발이 빠르게 이동 시 길 좀 터주세요”처럼 자신의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유머를 담아 드러내고, 광장에 나오기 주저될 수 있는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아요.
『우울: 공적 감정』에 따르면, “우울은 망가질 때까지 확장되는 육신의 형태가 아니라, 절망과 체념으로 서서히 쪼그라드는 정신과 삶이라는, 훨씬 더 비가시적인 폭력의 형태”를 띱니다(37쪽). 광장을 보고 있으면, 광장에 속해 있으면 “서서히 쪼그라드는 정신과 삶”을 펼쳐내고 회복하는 데 정치적인 수행과 삶을 경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지금 이곳은 공적인 장소에서 책 읽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이 된 것 같아요. 책을 들고 (눈물 참고)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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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우울에 대한 논의는 실망을 견디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급진적 비전과 삶의 방식이 끈질기게 지속된다는 점을 스스로 상기해야 하는 필요에서 비롯한다. 이것은, 저항의 여러 형태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주류에 흡수되는지를 편집증적으로 주시한다기보다는,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장소들을 알아보고 설명하는 것이자 살아남기 위한 전략들을 전수하는 것이다. ― 『우울: 공적 감정』, 2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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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이론: 자기의 삶으로 작업하기』 마감했습니다. 표지 첫 공개! 4월 초에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기에게 근거한 작업, 이론, 예술은 어떤 모습이며 어떤 힘이 있을까?
최근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자기이론”(autotheory)이란 용어는 학계와 예술계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여성, 퀴어, 흑인, 선주민의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자기이론은 개인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 이론적인 것과 자서전적인 것을 소수자의 역사와 조응하는 방식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설명해낸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는 능동적인 시도인 자기이론은 자기에 근거하지만, 결코 유아론적이지 않다. 단수는 복수로 이어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을 이론화함으로써 우리는 결국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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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절미
사물의 기초가 되는, 본디부터 있던 부분
“여성/여성적 혹은 남성/남성적이라고 판단할 때, 그 판단의 밑절미는 무엇인가?”
— 루이, “의료 기술 기획과 근대적 남성성의 발명”,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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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대화 with 도서출판 마티 서성진 편집자 ・─── 좋아하는 에세이를 넓혀가기여러분은 에세이 읽으시나요?무슨 에세이 읽으시나요?어떻게 읽으시나요?우리에겐 아직 읽어보지 않은, 하지만 분명 좋아할 만한 에세이가 더 있습니다. 낯선 감성, 새로운 사유, 그리고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에세이가요.다양한 얼굴을 가진 에세이를 알고, 읽고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에세이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고자 합니다. 정답을 정하지 않은 채,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리스트를 채우고, 나만의 에세이 읽는 법을 발견해 봅니다.4월 한 달간, 매주 한 권씩!도서출판 마티의 서성진 편집자가 고른 네 권의 에세이를 읽고 만나 대화합시다.∥ 모더레이터 : 도서출판 마티 서성진 편집자∥ 장소 : 무슨서점(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정 : 총 4회 / 4월 5일, 12일, 19일, 26일 매주 토요일 / 10시~12시(2시간 예상)∥ 참여비 : 4회, 8만원∥ 참여인원 : 6명 내외∥ 참여신청 : https://litt.ly/musnbooks/sale/tPU1ULJ
※ 무슨대화 멤버가 되시면 4월 한 달간 모임책을 포함한 모든 도서 구매 시 10% 할인을 해드립니다. ※ 전 회차 모두 빠짐없이 출석하는 멤버를 위한 특전이 마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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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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