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끝까지 읽을 것이다”
한유주의 『계속 읽기: 기억하지 못해도』
🌱 죽순
『계속 쓰기』를 옮긴 한유주 소설가와 수다를 떠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어쩌다 보니 『마담 보바리』를 스무 번도 더 읽었어요.”
“네에? 스무 번이요?”
기획은 사람에서 출발하고, 그 사람이 어떤 경이를 보여준다면 끄집어내야 하는 거죠.
“작가님, 그럼 계속 읽기다. 계속 읽기를 쓰셔야 해요!”
하이파이브🙌
『계속 읽기』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계속 쓰기』 옮긴이의 말에서 한유주 작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읽는 사람이 자의로 읽기를 그만두는 일은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318쪽)
“순전히 독자였을 때 나는 대단히 행복했고, 독서에 관한 한 불행이 끼어들지 못했다.”(318쪽)
“우리는 늘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다고. ... 쓰기는 읽기에서 시작된다. 한동안 글이 써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읽기로 돌아갈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321쪽)
독자 정체성(이런 말이 허락된다면)이 이토록 선명한 사람이니,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마감일이 없었다면 『계속 읽기』 원고는 영원히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유주 작가는 책에서 수수께끼를 찾습니다. 책에는 언제나 수수께끼가 있죠. 저자가 숨겨둔 것일 수 있고, 독자가 오해하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할 것일 수도 있습니다.수수께끼가 만들어낸 빈틈에 머물며 책의 안과 밖을 오가는 그는 책의 내용을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해요.
“(글, 생각, 이론 등에서) 빈틈”이란 뜻의 단어 라쿠나(lacuna)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한유주 작가는 “텍스트가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비밀의 공간 혹은 공백”을 탐사하듯 읽습니다.
“[라쿠나는] 읽는 행위를 계속해서 흔들고 지연시킨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읽기를 멈추고 크고 작은 심연들과 마주해 저마다 생각에 잠긴다. 읽기는 완결된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 우리는 때로 미간을 좁히고, 때로 어깨를 옹송그리며 불가해한 텍스트들 사이에 오랫동안 머문다. 답은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기다린다.“(11-12쪽)
답이 나올 때까지? 아니요, 또 다른 빈틈이 열릴 때까지요.
라쿠나 마타타~🎶🎶
계속 읽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매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