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의 6월 신간 네 권 모두 제작 완료되었습니다! 드디어!
그중 두 권의 책에는 저희가 잘 시도하지 않았던 인쇄 기법을 적용했어요. 책이 무사히, 완성도 있게 제작될지 걱정이 많았는데, 어제 실물을 확인하고서 의도한 바가 효과적으로 구현된 모습에 만족했습니다. 온라인 서점이나 에스엔에스 등에 올라간 디지털 이미지는 이 멋진 분위기, 짜임새 있음, 질감과 섬세한 색상을 반도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종이책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도서전에서 만나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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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타자의 도움으로 나를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실천이다”
김지승의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여성적 읽기로 여백을 쓰다』
🕯️ 초초
이 책의 「서문」 원고가 마지막에 들어왔습니다. 두근두근 기대와 설렘, 걱정을 품고 문서 파일을 열었어요. “친애하는 책장 친족들에게”. 제목에서 “책장 친족”을 호명하니, 모든 경계심이 풀리는 듯했어요. 한달음에 읽은 「서문」은 아주 아주 좋았고 ‘아아, 됐다 됐다. 다 됐다!’ 하며 신나했어요(아님. 마감까지 많은 게 남은 상태였음).
「서문」에서 우리는 ‘마지네일리아’(marginalia)라는 단어를 만나게 돼요. ‘책의 여백에 쓰는 글’을 뜻하는 말이 있단 걸 처음 알았을 때 책벌레를 인간으로 받아주는(?) 듯해 반가웠는데요. 누군가의 마지네일리아를 보면 그가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내용, 그가 글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유추하고 이해할 수 있지요. 또한 여백, 가장자리, 주변 등을 의미하는 마지네일리아는 그런 영역에 놓이는 소수자의 말과 글을 읽어내는 방식이자, 소수적 위치에 있는 여성·비남성이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표현하는 장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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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네일리아는 이 책을 통해 그 의미가 적극적으로 확장되고, 물리적인 책의 페이지를 벗어나 곳곳에서 출몰해요. 책을 펼쳐보면, 작가이자 독립연구자인 김지승은 이렇게 씁니다. “여성에게 작동하는 이중 억압은 여백에도 미로를 만든다. 누군가는 그 미로를 탈주해 움직이는 다른 여백을 발견했고, 때로는 이 책처럼 지연된 시간과 의도된 지면에서만 가능했다.”
그리고 이 문장에는 이런 각주가 달리죠. “편지 봉투, 냅킨, 영수증, 찢어진 신문 귀퉁이 등에 글을 쓴 에밀리 디킨슨,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엘렌 식수 같은 여성 작가가 대표적이다.” 마지네일리아의 의미와 작동 방식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시나요?!
버지니아 울프, 메리 셸리부터 마르그리트 뒤라스, 테레사 학경 차, 클라리스 리스펙토르, 토니 모리슨, 다와다 요코, 찬쉐……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호기심을 돋우는 여성 작가들의 목록. 근년간 낯선 글쓰기를 구사하는 작가들―흑인 여성 작가, 비서유럽·북미권 작가,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작업이 한국에서 유통되는 백색의 세계 문학 전집을 점점 더 침범해가고 있지요. 김지승 작가는 이런 작가들이 서 있는 토양이 무엇인지 그려 보이며, 이들의 글쓰기를 ‘마지네일리아의 관점’에서 읽어냅니다.
이는 곧 ‘여성적 읽기’라 할 수 있어요. 여성적 읽기란 쓰기를 위한 예비이거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고, 독자인 내가 책 속 (여성) 인물과 동일시하고 그에게 공감하는 읽기도 아닙니다. 여성적 읽기에서 핵심은 읽기와 쓰기가 순환하는 행위라는 점이에요.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는 무엇보다 읽기 그리고 쓰기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합니다. 이 책 자체가 그런 관계를 수행하는 한 사례라는 것을 기억하면, 여성적 읽기, 여성적 글쓰기라는 쉽게 정의되지 않는 모호한 개념에 좀 더 몸으로, 감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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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여백은 상호 관계적 읽기의 실천이 가능해지는 중요한 지적 공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리처드 앨러스트리의 『여성을 위한 교양서』 같은 여성 관련 저서들에는 마지네일리아를 이용해 여성주의적 개입을 분명히 하는 것과 달리,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 등의 철학서에는 반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여성주의적 비판이나 대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그의 다른 반응과 기록은 여성들이 어떤 시대든 예외 없이 이중 억압하에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운다. 여성 ‘철학자’로서 그가 철학적 자아 형성 차원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억압과 ‘여성’ 철학자로서 여러 편견을 반증해야 한다는 억압 사이에서 일관되지 않은 선택을 한 메리 애스텔처럼 읽고 쓰는 여성은 으레 분열한다.”
“마지네일리아는 여성적 읽기의 공간으로 열려 있다. 읽기가 쓰기로 쓰기가 다시 읽기가 되는 이 순환적 공간에 타자가 기거한다. 여성 작가/독자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의 마지네일리아로 존재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읽기는 타자의 도움으로 나를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실천이다. 읽는 사람은 문장이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을 진술할 수 있는 육체의 증인이다.”
“타자를 안으려고 나를 비우는 순간의 언어는 유려할 수 없다는 것. 부정확하게 더듬거린다.”
“축적된 문학의 지층을 벗어나면서 기이한 괴물이 된 여성들이 ‘양피지적 글쓰기’라는 미학 전략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모두와 관련이 있다.”
“읽기와 쓰기가 상호 주체적 수행이 되었다.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자리를 바꾸며 총체적 감각으로 연결되는 ‘발수신자’(sendereceiver)로서 『딕테』를 펼치는 모든 날이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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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예산을 따로 책정하신 독자분들, 여기 계시죠? 저의 친구는 캐리어 + 숙소까지 완비해둔 상태라고 합니다. 혹시 모를 충동구매용 예비비까지 책정해뒀다고 하니, 좀 대단하다 싶을 정도.
여러분의 가방을 책과 더불어 더욱 무겁게 해드리기(?) 위해, 복닥복닥한 공간에서 뒤돌아 나가고 싶을 때 찰나의 재미를 더해드리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마티 부스에서 2만 원 이상 책을 구매하신 분께 꽝 없는 뽑기 기회를 드립니다~ 500분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으니까요, 지나치지 마시고 S15 마티 부스에 들러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마티 망부석이 생기지 않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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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 사인회를 진행합니다. 한유주 & 김지승 작가님의 사인회가 6월 20일(금) 오후 1시 45분 / 2시 15분 차례로 열립니다. 많이 많이 많이 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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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퉁그러지다
[1] 하는 짓이 꼭 비뚜로만 나가다.
[2] 성질이 싹싹하지 못하고 뒤틀어지다.
“그는 내가 빙퉁그러진 말을 들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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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책팔자’ 배지를 많이 귀여워해주셔서 감사해요!! 피드백 보고서 조금 안도했어요. 특히 작년에 두 시간 동안 줄을 서서 입장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30분 만에 나와야 했던 독자분이 올해는 영양제까지 챙겨 마티 부스를 찾아주시겠다고 해서 편집부 감동……🥹
여러 구독자분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독자를 위한 온라인 판매를 요청해주셨는데, 죄송하게도 온라인 판매나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지금은 어렵다는 답을 드립니다(양해를 부탁드려요T_T). 하반기에 비수도원 지역에서 열리는 북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그때 더 귀여운 굿즈를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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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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