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몰아치는 7월 둘째 주입니다. “살인적인 폭염”이라는 말이 비유가 아닌 시대에 살고 있어요. 비관하거나 냉소하지 않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하고 조금조금씩…… 실행해봅니다. 비관과 좌절에서 멀어질 힘을 주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좀 부끄럽지만😬) 넓은 의미의 예술인 듯해요. 이번 호에선 음악을 소개합니다. 여름의 복판에서 같이 듣고 싶은 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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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도가니
🔊 모베
한때 1959년을 전후해 재즈가 정점에 달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 존 콜트레인의 『자이언트 스텝스』(Giant Steps), 오넷 콜먼의 『더 셰이프 오브 재즈 투 컴』(The Shape of Jazz to Come), 찰스 밍거스의 『밍거스 아 엄』(Mingus Ah Um), 데이브 브루벡의 『타임 아웃』(Time Out), 빌 에반스의 『포트레이트 인 재즈』(Portrait in Jazz), 아트 블레이키와 재즈 메신저스의 『모닝』(Moanin’) 등이 모두 59년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음반들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이후 재즈는 대체로 내리막길이라고 여겼습니다. 하드밥은 한물 갔고, 프리재즈는 귀에 잘 잡히지 않고, 퓨전은 록 음악을 흉내 낸 것이라고요. 지금 한창 마티 편집부에서 작업 중인 마일스 데이브스의 자서전을 읽고 이 아둔하고 편협한 생각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비밥, 쿨, 하드밥, 모달, 퓨전 등 모든 재즈 장르를 개척해나간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력을 따라가면서, 60년대 이후 재즈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깨달은 거죠. 예컨대, 1964년 발매된 『마일스 인 베를린』(Miles in Berlin)에 수록된 「소 왓」(So What)을 1959년 앨범 『카인드 오브 블루』의 원곡과 비교하거나,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를 58년 앨범 『섬싱 엘스』(Somethin’ Else)에 실린 버전과 비교해보면, 4-5년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64년 버전이 귀에 포착되는 순간, 1958-59년의 연주가 낡은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각주* 구독자분들에게 청하는 음반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1970년에 발표한 『비치스 브루』(Bitches Brew)입니다. 보통 퓨전재즈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웨인 쇼터, 조 자비눌, 칙 코리아, 존 맥러플린, 빌리 코브햄, 데이브 홀랜드, 잭 디조넷 등 이후 수십 년간 재즈 판을 쥐고 흔든 모든 사람들이 총출동합니다. 복잡다단한 리듬들 위로 부유하는 다양한 소리와 효과, 기술적으로 탁월한 연주자들이 빚는 정교함이 대단합니다. 앨범 재킷도 인상적입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음반을 소개해달라는 ‘죽순’ 님의 요청에 이 앨범을 고른 이유도 커버 일러스트 때문입니다. 강렬한 색채, 뜨거운 열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하늘과 바다가 불길하게 더운 요즘 날씨와 어울립니다. 독일 화가 마티 클라바인(Mati Klarwein)의 작업이라고 해요. 69년 8월 19일부터 3일간 녹음했다고 하니 진짜(?) 여름 음악입니다.
마일스는 자서전에서 이 음반을 거의 즉흥연주로 녹음했다고 전합니다. 최소한의 아이디어만 공유하고 녹음 현장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두고 봤다는 거예요. “미리 곡을 다 써놓지 않은 건 내가 몰라서가 아니라 이유가 있어. 미리 좆빠지게 편곡해놓은 곡에서가 아니라 연주 과정 속에서 내가 원하던 바가 나오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이게 바로 즉흥연주라는 것이고 그 덕에 재즈가 그렇게 멋진 거 아니겠어. 상황이 바뀌는 때마다 뭔가에 대한 전체적인 태도도 바뀌게 마련이고, 뮤지션은 모든 게 다 정해져 있지 않으니 매번 다르게 연주할 거 아냐. 뮤지션의 태도가 바로 그가 연주하는 ‘음악’인 거야.” 저의 추천곡은 15분여 길이인 곡들 사이에서 4분 23초로 짧은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입니다. 마일스는 아예 빠지고 존 맥러플린의 기타가 주도하는 곡입니다. 이어지는 곡 「마일스 런즈 더 부두 다운」(Miles runs the Voodoo Down)까지 들어보시면 이 앨범이 하고자 하는 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부르고 특유의 말투가 들리는 듯한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은 8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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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각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구글 폼이 가득 찼습니다. 지난 호에 도서전 속 마티에 관한 의견을 나누어달라는 이벤트를 했지요. 많은 구독자분들이 따뜻하고 힘찬 응원과 지지의 말들, 생생한 회고, 마티 부스뿐 아니라 도서전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지는 평가를 보내주셨어요.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버석해진 마음에 눈물 좔좔……. 어떤 구체적인 인상 비평에는 깔깔 터졌고요. 저희의 생각과 바람이 독자분들께 가닿은 듯해 안심했습니다. 더불어 ‘독자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에 대한 제안에 공감하면서, 책의 세계를 지탱하는 더 많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도서전에 담겨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저희가 준비한 것보다 더 좋게 봐주신 마음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치고 슬플 때 하나씩 꺼내볼게요.🥹 민망하지만 피드백 일부를 나눠봅니다.
(아, 그리고 내년 도서전이라…… 뭐, 인간은 마,망각의 동물이라 하……지만 아직은 준비 과정의 힘듦이 조금 생생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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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의 각주* 보고 영업당한 『여성 쓰기』를 사러 간 건데, 직원분들의 설명을 듣다 보니 다른 책들도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책에 대한 애정이 담긴 설명이어서 듣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어요!”
“편집자분들이 직접 책을 소개해주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혼자 상상했던 이미지하고는 달라서 더 흥미로웠어요.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하고 내성적인 분들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아마 책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부스에 관한 제 느낌을 끝으로 말씀드리면, 책을 팔려는 느낌보단 책을 알리려는 편집자분들의 강한 의지가 느껴져서 더 좋았습니다. 책 한 권 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티 출판사를, 그곳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을, 좋은 책을 더 마음껏 사랑하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답니다.”
“제가 갔던 첫날에는 ”『실패 없는 젠더 표현 가이드북』이 있었습니다!“라는 종이 메모가 세워져 있었는데, 친구랑 같이 보면서 ‘오히려 궁금해진다’며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주변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펴내고 싶은 책을 내는구나.”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에 완전히 영업당해서 그대로 구매했습니다. 책을 접거나 뭔가를 메모하는 걸 싫어해서 꼭 인덱스와 별도의 노트를 쓰는 편인데요, 저도 이 책을 통해 당당히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책을 사지 않은 방문자도 도서전의 좋은 관객일 수 있을까? 나아가 (굿즈든 책이든) 소비하지 않는 독자도 도서전의 좋은 관객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부스에는 책이 주요하게 보여서 좋았습니다. 수요일 오픈런 해서 마티 부스를 맨 먼저 들렀는데, 관심 있던 책들의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 마티 부스뿐 아니라 도서전 전체에 ‘독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다만, 올해가 마티의 마지막 도서전이 될 것 같다고, 전 직원이 모두 출동했는데 정말 힘들다고 하신 말씀이 슬펐어요.ㅠㅠ [……] 계속 도서전 통해서 마티의 신간을 팔로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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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장치다
쓸데없이 큰 소리로 마구 떠들다.
“그러니 나도 (분별 있는) 메리 밀워드처럼 온 세상이 이 끔찍한 거짓말을 내 귀에 왜장쳐도 안 믿을 거라고 결심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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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티크 서점에서 『계속 읽기』 북토크를 엽니다!
하나의 책을 스무 번 넘게 읽는 사람, 책을 버려야지 생각하고 나섰다가 고스란히 되가지고 오는 사람,
외출할 때 챙길 책을 고르느라 시간을 다 쓰는 사람,
병렬 독서를 산만함으로 치부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독서에 관한 한 한 번도 불행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
한유주 소설가는 그런 독서인(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입니다. 우리가 그렇듯이요.
우리는 왜, 어떻게, 무엇을 계속 읽나요?
계속 읽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요?
계속 읽으면 각자의 삶에, 우리가 사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계속 읽기』 북토크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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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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