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과 기온과 바람과 색이 ‘가을이 오긴 오는구나’를 실감하게 하네요. 추석과 그 앞뒤로 긴 연휴를 앞두고 어떤 책들을 여유 있게 읽어볼까 슬슬 고민 중이시죠? 🦻팔랑이 말합니다. “뿌듯함이 만개”할 만한, 마티 아닌 마티인 듯 마티가 좋아하는 흥미로운 책이 있다고. ‘함 잡솨보라’는데, 감칠맛 있는 소개가 은근히 귀에, 손에 감기네요.(。ᵕᴗᵕ)
부국제에 못 가 아쉬운 분들(저요……), 9월 27, 28일 양일간 열리는 제3회 전쟁과여성영화제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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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 한 입 삼키기(약장수 버전)
🦻팔랑
1년치 『미로』(인스타그램 @miro_journal) 가 태어났다. 1년 3회 발행을 목표로 하는, 진짜로 몇 년이나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 정기구독자 카드를 책 속에 아직 끼워 넣지 못하는 무크지 『미로』는 24년 10월 1호 <참조와 인용>을 시작으로 25년 봄 2호 <일본>, 25년 여름 3호 <OMA>를 출간했다.미로의 출생 기록이 좀 남다른데, ‘마티’라는 이름으로 유통하지만 판권면 발행처는 ‘정림건축문화재단’이다. 낳았으나 기르지 못하고 친척집으로 보내진 아이처럼, 이 영리해 보이는 어린 무크지는 정갈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태어난 직후 마티로 들어왔다(기획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 하지만 기른 정도 깊으니(아직 얼마 못 길렀다), 마티의 편집자가 미로 탄생 1년을 각주 독자분들께 소개하고 축하하려 한다.🍾🥂
한국의 건축 담론의 뿌리를 찾고 형성해 나가는 이전에 한번도 없었던 형식과 내용의 무크지를 만들고 있다는 박정현 『미로』 편집장(구 🔈모베)의 전언을 듣고 늘 갖던 의문이 더 커졌다. 나는 건축가, 건축공학자, 건축이론가, 건축과 교수님을 만난 적은 있지만 살면서 건축을 접한 적은 거의 없다. 심지어 뉴스에도(문화, 예술 면에조차) 잘 나오지 않지 않는가. 수시로 건설 현장과 사고, 건설사의 비리나 부도는 등장하는 데 말이다. 파도가 굽이치는 형상의 새 서울시청사가 지어져 치러진 기념식 날, 바닥 잔디밭에 시민들과 어울려 앉은 유걸 건축가가 인상 깊었다. 연단 위 시공사 대표는 옷깃에 꽃을 달고 혼주처럼 서울시장 옆 연사 자리에 앉아 있었다. 88올림픽주경기장 근처를 수시로 다녀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다는 것은 오래 몰랐다. 그런데 천만 도시 서울의 모든 건축물이 그랬다. 국회의사당을 누가 설계했기에 저런 색상의 돔을 올린 걸까? 서울에서 제일 높았던 63빌딩🌇은 누가 설계했나? 건축이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여하간 한국의 건축에 대해서는 어떻게 몰라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낯설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일상에 도시도 있고 도로도 있고 건물도 있는데, 건축은 없는 기분이랄까. 그냥 건물들이 있는 것이다, 도로폭이 넓으면 빌딩들이 있고. 못생기고 추운 학교는, 보건소는, 주민센터는, 마을회관은 그냥 건물이지 건축이 아닌 것이다. (어쩐지 아무도 건축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 같아서.) 심지어 새로 지어진 구립도서관, 구청사 등도 크기만 컸지 미감에 있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것이었다.😑 아니지, 커서 더 못생겨 보이는 건물들도 허다하다. 그래서 ‘건축 담론’을 연구한다는 무크지 소식에, 퍼뜩 물음표와 느낌표가 동시에 출현했다. “일반 교양 독자들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니겠구나!”(느낌표‼️)“뭔 또 담론이야? 어차피 한국의 건축은 현실에는 없고 담론으로만 있지 않았음?”(물음표❓)르 코르뷔지에도 안도 다다오도 렘 콜하스도 미스 반 데어 로에도 루이스 칸도 책으로 읽었으니까. 더불어 건축가의 강연이나 영상을 통해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 등 인문학의 담론들이 얽히는 것을 목격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그것이, 그 건축이라 불리는 것이, 지금 우리의 도시에 동네에 어떻게 무엇으로 연결되는지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건축과 건물에 교집합이 없고, 어반과 신도시는 서로 적용되지 않으며, 건설업은 중요한 산업이지만 건축업은 지적이고 가난한 업계로 느껴졌다.
‘미로 1호’의 제호가 『참조와 인용』인 이유가 읽어보니 이것이다. 한국의 근대 건축은 우리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히. 비단 형식과 형태 등 물성이나 산업으로서뿐만 아니라 예술과 의식, 문화로서도 그랬던 것이다. 재건개발시대 건축은 국가와 도시를 만들어내는 책무를 맡길 원했지만 그 역량이 없었던 듯하다. 한국의 근대 건축은 무엇을 참조하고 인용했고,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것이 『미로』의 방향이다. 하여 발간 순서가, 근대 건축 시작을 캐묻고(1호 참조와 인용)📝, 무엇에 가장 기대면서 동시에 침묵했는가를 성찰하며(2호 일본)🏯, 지금 한국의 건축을 이끄는 건축가들의 의식 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자(곳)는 누구인가를 짚는다(3호 OMA)🏙️, 그러므로 건축의 현실(재료)은 지금 무엇으로 드러나나?(4호, 콘트리트와 나무)로 이어진다고...👍
요컨대, 범비(非)건축(탈건축 포함)계 교양 독자라면 가벼운 호기심으로 열어 즐겁게 끄덕이며 읽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추천입니다. 읽고 나면 건축을 어떻게 몰랐구나 정도를 알 수 있고, 종합예술의 한 귀퉁이를 씹어먹었다는 뿌듯함이 만개합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옵니다.🌝 함 잡솨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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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쟁과여성영화제가 열립니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전쟁의 시간, 돌봄의 응답”입니다.
2024년 12월 3일 군사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군인들이 국회로 진격하는 모습을 목격했지요. 같은 해 10월 국군의 날에 탱크가 광화문 한복판을 행진하고,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나는 모습을 본 지 두 달만의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군사주의에 바탕을 둔 전쟁 체제가 인간에게 총구를 겨누고 다양한 생명을 위협으로 내모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가자에서는 오늘도 무자비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펼쳐놓은 폭력 역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달 초에 중국에서 열린 열병식에서는 북-중-러 삼국의 지도자가 손을 맞잡으며 본격적으로 '신냉전 시대'의 시작을 알렸고요. 이렇게 계속되는 전쟁의 시간 속에서 제3회 전쟁과여성영화제는 전쟁과 군사주의를 살펴 온 그간의 시선을 생태와 동물, 기술의 문제로까지 확장해 다루고, 이 폭력에 저항하는 적극적인 행위이자 윤리로서 돌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프로그램이 알찹니다. 🌱죽순은 냉큼 세 편이나 예매 완료!
찬찬히 살펴보시고,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나요!
💁🏻♀️ 제3회 전쟁과여성영화제
무료 관람. 무려 무료!
일시: 2025년 9월 27일(토)-28일(일)
장소: 인디스페이스 (서울 마포구 양화로 176 8층)
프로그램: https://oproject38.com/WoWFF2025
예매 링크: https://forms.gle/VYoJZKoKBNU67Qb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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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의 군산북페어 후기에 들어온 구독자 메시지:
“오랜만에 정독도 하고, 한마디도 남겨봅니다. 오늘 모처럼 한가롭기도 하고, 군산에 간다 간다고만 하고 이번에도 못 간 아쉬움도 한몫하고요. 군산에서의 분위기가 조각처럼 전해져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모바일 편집팀 같은 거 꾸려서 캐러밴에 책 싣고 다니고 원고 편집도 하면서, 멋진 늦여름과 초가을 이 동네 저 동네 누비고 다니면 신나겠다는 망상을. 오늘도 구름 하늘이 멋집니다. 즐퇴하세요.”
ㄴ 캐러밴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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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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