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무탈한 한가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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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길어서
🔉 모베
다섯 권을 골라담았다. 연휴 기간에 다 읽기는 무리일 테지만. 『죽음정치』를 먼저 집어들었다. 올해의 책이다. 강렬하면서 유려하고 속시원하고, 개안한 느낌이다. 남은 한 장을 마저 읽고 나면, 『유빅』을 읽을 셈이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임슨이 『미래의 고고학』(이 책은 한국어판 안 나오나요?)에서 높이 평가해서다. 그런데 음벰베 다음이라 김이 샐 것 같다. 제임슨은 지금 여기 현실의 불가능성을 통해 드러날 유토피아적 상상력에 내기를 건다. 예컨대 제임슨은 「미래 도시」에서 “우리는 이제 그 말을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의 끝을 상상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상상하려는 시도를 목격하게 된다.”(묘하게도, 자본주의의 ‘끝’이 아니다.) 반복해서 인용되는 “자본주의의 끝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상의 끝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를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음벰베는 “다른 차원에서, 인류의 많은 이들에게는 세계의 종말이 이미 일어난 일이다”라고 단언한다. 파국과 그 이후 새로운 시작을 상상하는 일은 지극히 서구 형이상학적 집착이라는 것이다. 다음 책으로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부터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다 미루고 다시 음벰베를 읽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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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만 읽어도
🌱 죽순
사실 저는 명절 연휴에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을 거예요. 가족과 보내게 될 거거든요. 일단 많이(생각보다 더 많이) 먹을 것 같아요. 탐스러운 배를 깎고, 반질반질한 햇밤을 삶고, 이제 끝물인 복숭아를 몇 조각 내고, 고들빼기 김치나 배추 겉절이 김치를 담글지도 모르겠어요.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점점 귀찮게 생각하시는 부모님 대신 원두도 갈아야 할 테고요. 아, 본가 골목 초입에 있는 방앗간에서 송편도 1kg 사서 먹겠네요. 간이 딱 좋은 앙금 송편을 좋아라 합니다. 가족끼리 대화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 다 같이 산책 나서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솔직히 먹고 이야기하고 낮잠 자고 밤마실 나가면 하루가 금방 가버려요.
짬이 난다면 마틴 맥도나의 『필로우맨』을 읽을까 합니다. 몇 달 전에 🧼퐁퐁이 추천한 책이라 기억해두었는데, 며칠 전 광주 서점 러브앤프리에 갔더니 서점 주인의 추천사가 쓰여 있더라고요. 최근 희곡 읽기에 맛이 들린 것도 이 책을 선택하는 데에 한몫했답니다. 이번 연휴엔 이 책 한 권을 잘 읽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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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두 권 완독, 세 권 발췌독?
🕯️ 초초
몇 년 전 『헤비』 원서를 떠들어보곤 한국어판을 기다렸어요! 그치만 『헤비』 말고 『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을 읽을 거예요. 미국 남부 출신 흑인 작가 키에스 레이먼의 두 책이 교유서가에서 동시 출간됐는데, 표제작과 「남부 흑인 소년을 훔쳐 간 힙합」 등 흥미로운 장 제목들 그리고 일기, 이메일, 편지 등을 활용한 형식에 끌려 이 책을 먼저 펼쳤어요. 그리고 마티 사무실의 화제작 『죽음정치』.
나머지 세 권은 위 두 권과 연결되면서도, 가자 구호 선단 ‘천개의 매들린호’에 탑승한 유일한 한국인 활동가 해초 님이 9월 8일에 공유·발표한 ‘1972년 팔레스타인 영화인 그룹 선언문’이 촉발한 목록이에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아는 일이 제게 미치는 영향이 그렇듯, 이 선언문을 통해 20세기적인 것으로 치부했던 예술과 정치를 연결 짓는 방식, 카메라를 투쟁의 무기이자 증언의 형식으로 사용하는 방식 등에 대해 다시, 현재의 문제로 생각하게 돼요. 팔레스타인 예술가들의 실천을 중심으로 고다르, 장 루슈, 크리스 마르케 등 서구 영화인들이 이에 어떻게 응답하려 했는지도 알고 싶어요. 사놓고 대강 훑다 꽂아둔 《오큘로 009》 《옵.신 8호》 『진실의 색』을 다시 꺼냈습니다. 민족 대명절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 한국 시각으로 10월 3일 오전, 수무드 선단의 배 대부분이 나포됐다는 소식……. 해초 님이 탄 ‘알라 알나자르호’는 아직 항해 중이라 하는데... 수무드 선단에 관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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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과 읽어줄 책
🦻 팔랑
며칠 전에, 멀달 수 없는 친척의 갑작스러운 상을 치렀다. 촌수로는 손위였지만 높임말 한두 마디씩은 서글서글 뭉개며 농을 칠 수 있는, 나이로는 오라버니뻘 되는 분이었다. 서울과 대전으로 떨어져 산 지가 꽤 되었어도 어린 시절 한집에 살았으니 추억이 아직 닳지 않은 나이였다. 삼촌은 나를 문학의 세계로 인도했었다. 대를 물려 쓰던 육중한 박달나무 책상의 깊은 서랍 속에 온갖 무협지가 뒤죽박죽이었는데, 신조협려, 일지매, 대도무문, 특히 신간 영웅문은 멈추지 못했다. 어느 날에는 할머니 몰래 숨겨둔 삼촌의 솔 담뱃갑과 함께 찌라시 뭉치가 우수수 떨어졌는데 낡은 흑백 사진들이 더 낡게 인쇄된 이름 모를 신문들이었다. 그것이 5.18에 관한 것인지는 한참 후에 알았다. 삼촌은 집안에서 유일한 고학력자였고 그의 서랍을 뒤지며 나는 광주, 전두환, 부정선거, 노동법, 분신 등의 단어를 익혔다. (물론 선데이서울 같은 다른 것들도.)며칠 전에 만 12세 동거 어린이가 학교의 필독서 목록을 펼치며 한 해가 얼마 안 남았으니 필수 독후감 편수를 채워야 한다고, 집에 여러 권이나 있는데 아예 못 읽은 책이 있다며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을 가리켰다."엄마가 밤마다 읽어줄 테니까, 이번 책은 다 읽을 때까지 질문하지 말고 그냥 들어볼래? 듣기만 해볼래?" 그러겠다고 해서, 이번 추석에 『소년이 온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려 했다.
오늘 동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추석 연휴에 눈물 바람 난다고 걱정이 크다.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책을 바꿔야 할까?
내가 읽을 책으로 안소영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 안재구』를 골랐다. 『책만 읽는 바보』가 거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필독서라는 것을 많이들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유명한 안소영 작가의 아버지가 민주화 운동으로 오랜 옥살이를 하셨던 분이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가족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읽고 싶어졌다. 머쓱하고 쑥스럽고 볶여서 매양 겉으로만 만났던 가족을 올 추석에는 들여다보려 한다,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그냥 좀 밀어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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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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