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편집자들의 올해의 책은 #마티의마지막프로포즈 라는 이름으로 SNS에 하나씩 올리고 있고, 각주*엔 인상 깊었던 ‘올해의 사건’을 써보았습니다. (‘탄핵’과 그와 관련된 사건들은 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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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의 올해의 사건
➊ 처음 가본 카페
악!
왜왜왜?
뭔데뭔데?
하지마아~ 하지마아~
열어? 연다?
나와나와. 하나둘셋!
꺄아아악!!!
봐봐, 지문을 잘 읽어보자. 여기 놓으라는 거네~
놓으라는 게 아니라 놓여 있었다는 거 아니야? 문장이 이상한데?
아아 진짜 문장이 별로네.
이 편집자들아, 문장 타령하지 말고 문제를 풀라고!
그러다 끝났습니다. 방탈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진행률 40퍼센트로 종료. 열심히 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덧1: 그런데 왜 방탈출 ‘카페’일까요?
덧2: 각종 의약품 및 가전제품 설명서와 함께 방탈출 지문도 전문가에게 교정교열을 맡깁시다.
➋ 현대시 만담을 들어보셨나요?
지난여름, 재미공작소에서 김승일 시인이 한국 현대시로 라쿠고 공연을 했었어요. 시인의 퍼포먼스가 궁금했고,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사 나눈 재미공작소에 가보고 싶어 신청했었죠. 라쿠고는 일본의 화술 기반 전통 예술인데요, 배우 한 명이 무대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손엔 부채를 들고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니까 김승일 시인의 이 공연은 현대시를 조금 각색해 라쿠고로 변형한 것이었어요. 공연이 영 재미없을 거라면서 시인이 자신의 시집을 증정하며 양해를 구하고 시작한 것에서부터 관객석은 술렁였고... 저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술렁였습니다. 내가 뭘 본 거지? 시의 화자가 살아서 말하는 걸 봤다고 해야 하나. 저 시는 김승일 시인의 것이 아닌데 김승일 시인의 각본이 되었네. 이제 시는 누구 것이지? 듣는 나의 것일 수도? 라쿠고 공연 처음 본 건데, 이게 맞는 거야? 근데 김승일 시인은 왜 자꾸 스스로 귀엽다고 하지?🤔 미세한 충격이 며칠 동안 이어졌습니다. 반년이 지나서도 올해의 사건으로 떠오를 만큼!
김승일 시인과 김하늬 편집자가 시간을 공유하는, 그러나 내용과 형식은 철저히 분리된 재미공작소의 문학 공연 <N사분기>를 주목해주세요. 라쿠고 공연을 또 할지 모르니까요. 재관람 의사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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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의 올해의 사건
올해의 인연 ‘카라’의 ‘아름품’을 함께 지켜주세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마티의 이웃입니다. 얼마나 가깝냐면, 큰길 쪽으로 창문을 열고 “카라님~” 힘껏 외쳐부르면, 카라의 구조동물 안식처 ‘아름품’에 계시던 활동가가 “어머, 우릴 부르나?” 하며 일어나 문 밖으로 나설 정도의 거리입니다. 10년이 넘도록 같은 골목을 공유하고, 밥집에서 마주치고, 산책하는 댕댕이들과 인사를 나눠왔습니다.
저와 함께 사는 어린이는 카라의 활동가 선생님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유기동물 돌봄 봉사를 하며 자기보다 덩치가 큰 털친구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지요. 킁킁도서관에서 읽고, 동물영화제에서 보고, 카라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김산하, 이원영 선생의 책들을 섭렵했습니다. 그랬던 카라가…… 지금, 설립 이래 가장 심각하고 슬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구조된 동물들은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열악한 위탁업체에 구금되어 있고, 해당 업체는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의 손길을 마다한 채 시설을 봉쇄해버렸습니다. 추위, 배고픔, 외로움 속에서 동물들이 구조되기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 고립되어 있음에도 카라의 대표는 위탁업체를 두둔하고 방기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표 스스로 ‘카라 더불어숨센터 아름품’ 건물을 매각하겠다고 결정한 후, 모든 직원들을 파주 센터로 발령해버렸습니다. 또 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줄고소, 부당징계, 기타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징계 판정까지 받았음에도 노조에 대한 괴롭힘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이 상황을, 이 사태를, 이 사건을 똑바로 알게 되어 정말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연대에 동참하게 되어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입니다.
‘카라’는 20년이 넘도록 동물 구조, 입양뿐 아니라, 시민 교육, 문화예술 측면에서도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습니다. ‘카라’가 정상화되도록 아름품을 지켜주시길, 마티의 각주* 구독자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이 소식을 알립니다.
지금 마포 센터에서는 '아름품 지키기' 농성이 오늘로 39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라노조'와 함께, 마티와 함께, '아름품 지키기'에 마음과 손길을 보태주세요!
❤ 고슴이와 함께하기
카라노조 후원 계좌: 농협 351-1298-9932-03
동물권행동 카라 노동조합 인스타그램 | 엑스 | 아름품 지키기 엑스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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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의 올해의 사건
➊ 서울-국제-도서전
마티가 처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나간 일을 빼놓을 수 없겠어요. 참가가 결정된 후 ‘도서전 사유화’ 논란이 알려져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지만, 책을 사고 읽기 위해 줄을 서고, 종종걸음 하고, 말을 걸고,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충동적 선택을 하고, 짐을 이고 지는 다니는 사람들을, 독자들을 잔뜩 만나서 즐겁고 흥분되고 힘이 나는 경험이었어요.₍₍ ᕕ(´ ω` )ᕗ⁾⁾₍₍ (ง ˘ω˘ )ว ⁾⁾ 만든 책들을 직접 소개하고 손에 쥐어드리고 직접 반응을 듣는 일이 굉장히 부끄러웠지만 그만큼 재밌고 뿌듯도 했습니다. 물론 5일간의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고서 한 달 넘게 정신을 못 차리는 바람에 올 하반기를 더욱 헤매기도 했지만, 잊지 못할 기억 되겠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자리에서 구독자분들과 대면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참, 도서전 내내 각주* 구독 큐알코드가 인쇄된 책 지도를 열심히 전했는데, 새로운 구독자 수를 보면…… 다들 어디에…… 계셔요?
➋ 혈육의 결혼
지난봄 저의 유일한 형제인 동생이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땐 좀 놀랍기도 그 결정이 자연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그 ‘의례’에 이르는 과정을 보니, 역시나 녹록지 않아 보였고, 기분이 이상하고 신기했어요. 부모와 형제자매, 매우 가까운 친구와 동료를 초대한 작은 파티였는데요. 저는 제 최고 🖤과 동행했습니다(사진 참고). 난생 처음 축사를 쓰고 참석자들 앞에서 읽어봤답니다(ㄷㄷ). 축사를 쓰면서 거의 평생을 함께한 자매이자 ‘베프’이자 함께 늙어가는 동반자(이자 미래의 절 돌봐줄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결론은 어린 시절 왜 그리 용서를 구해야 할 짓을 많이 했나 하는 후회……. 축사에 당시 출간 전이던 요하나 헤드바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고통’에 관한 이야기였고, 물론 맥락은 있었지만, 잔칫날 웬 부정적 기운이냐는 반응일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다들 좋게 들어줘서 해피엔딩!
“우리는 돌봄이 고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고통으로부터 태어나고, 고통에 수반되고, 고통으로 인해 필수적이게 되는 모든 방식에 기꺼이 경탄을 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고통의 풍부함을 떠들썩하게 흥겨워하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깊이 있게 느껴야 한다. 고통의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른지 알게 될 것이기에! 고통들은 미열에 요동치며 끓는다. 고통들의 색채, 시학, 풍미가 우리의 추진력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 201-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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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앨라이 도서전에 『우울: 공적 감정』과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 두 권의 책으로 참여했어요. 오늘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결과 자료를 공유해주셨습니다. 올해 앨라이 도서전에서 가장 사랑받은 출판사는? ꈍ◡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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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분들의 ‘올해의 사건’을 나눠주세요!
⎝⍢⎠
다사다난 길고 춥고 덥고 힘겨웠던 2025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한 해를 따뜻하고 평안하게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올해 겪은 인상 깊은 경험, 사건을 공유해주시는 구독자 다섯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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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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