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가 오랜만에 알라딘 북펀드를 시작했습니다. 북펀드를 진행하는 책은 바로
‘여성적 글쓰기’의 시작점,
페미니즘 제2물결의 아이콘 엘렌 식수의 대표작,
기념비적 고전이라 할 『메두사의 웃음』입니다.
『메두사의 웃음』을 새로운 번역,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로운 글들과 함께 2월 초에 만날 수 있어요. |
|
|
『메두사의 웃음』을 새로운 번역, 새로운 글들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어요.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를 출간하고 김지승 작가님과 함께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면서 “‘여성적 글쓰기’라는 게 대체 뭔가요?”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요.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선언”이라 할 이 책을 통해 답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전을 새로운 번역과 형태로 만드는 일은 저에게도 무척 기대되는 한편 여러 의미에서 두렵기도 했어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나눌게요. (물론 이번 호 반응이 별로면 더 늘어놓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메두사’가 누구인지, 왜 엘렌 식수는 그의 “웃음”을 제목으로 삼았는지를 적으며 이 책에 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괴물 중 하나죠. 어느 정도 유명하냐면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데, 그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고르고(Gorgo) 세 자매의 막내로, 원래는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아테네의 저주를 받아 무서운 괴물로 변하였는데, 머리카락은 모두 뱀이고 멧돼지의 엄니와 황금의 날개를 가졌으며, 그 얼굴을 본 사람은 돌이 되었다고 한다.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려서 죽었”습니다. 이 간략한 설명에서도 메두사가 남성적인 고대 서사에서 마주할 수 없는 공포, 괴물성, 죽음, 무질서와 혼돈 등을, 여성의 힘에 대한 공포를 상징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 신화 속 이야기는 다양한 상징으로 해석되고 활용돼왔는데요, 고대에는 악을 물리치는(apotropaic) 보호의 상징으로 메두사의 얼굴을 방패나 건물에 새겼다고 해요.
|
|
|
10년 전 파리 여행 중 역사적인 건물(어디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발견한 메두사의 머리. 그땐 어떤 의도로 문 위에 설치돼 있는지 모르고, 귀엽고 괴상해서 찍었던 기억. |
|
|
근대 이후, 특히 19-20세기 서구 문화에서 메두사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여성성의 상징으로 강력하게 작동하게 돼요. 대표적으로 정신분석(학)은 메두사를 ‘거세 불안’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합니다. 프로이트는 「메두사의 머리」(Das Medusenhaupt)라는 짧은 에세이를 통해 그것을 다루는데, 이 글은 메두사의 머리에 관해 흔히 유통되는 위키피디아적 정보보다는 복잡한 상징 작용을 담아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짜쳐서(;🙄) 이하 생략하고요…… 이런 해석이 20세기 내내 정신분석학과 문화연구, 예술 비평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기억하면 될 듯싶어요. 또한 메두사는 곧잘 여성성을 수동적인 것으로서 재현하는 남성적 상상을 대표하기도 합니다. 메두사는 여성의 성적 욕망, 통제 불가능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이 투사된 이미지로 재현되고 소비되어왔어요.
이런 남성적 상징 체계 내 메두사 해석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에 의해 강하게 흔들립니다.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페미니즘 제2물결’), 정신분석 비평, 후기구조주의 등이 등장하면서 메두사는 완전히 다른 상징으로 재해석됩니다. 메두사는 가부장제에 희생되고 괴물화된 여성을, 억압된 목소리의 귀환과 회복, 저항의 상징을 의미하게 되고, 여성의 쾌락, 분노, 자율성의 표상으로 전환되지요.
이런 흐름 속에서 엘렌 식수는 1975년 문예와 사상을 아우르는 계간지 《라르크》에 「메두사의 웃음」을 발표하며, 메두사에 새로운 의미와 위상을 부여해요. 식수는 메두사를 두려움의 표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되찾은 여성의 이미지로 재전유합니다. 이렇게 적습니다.
메두사를 보기 위해서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메두사는 치명적이지 않다. 그녀는 아름답고 그녀는 웃고 있다.
남성이 두려워한 여성의 얼굴이 ‘여성의 웃음’으로 바뀌고, 바라보면 죽는다는 저주(?)는 여성이 스스로 바라봄으로써 돌파되고, 말 없는 괴물은 ‘몸을 돌려받아’ 말하고 글 쓰는 여성, 즉 ‘여성적 글쓰기’의 주체가 됩니다.
어떻게 이런 전환이 가능한지, ‘몸을 되돌려주고’ ‘몸으로 쓴다’는 것은 무엇인지 책을 같이 보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네요! 그럴 수 있도록 출간 후 행사를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열면 오실까요?)
구독자 여러분, 참고로 방금 『메두사의 웃음』을 마감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로는 구현할 수 없는, 피부 같은 무늬와 결을 지닌 종이에, 강력한 후가공을 더해 완성할 책이 무사히 제작되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
|
|
이것이 텍스트다!
This is Text 북페어에 참가합니다
2025년 9월, 『주부생활』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죠.
Q. 만약 돈과 시간, 공간의 제약이 없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두 가지나 있습니다. 우선 인문사회 북페어를 열고 싶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북페어가 열리고 있어요. 전주의 책쾌, 부산의 마우스 북페어, 군산의 군산북페어, 파주의 북소리, 서울의 서 울국제도서전, 언리미티드에디션 등 정말 여럿이에요. 그런데 가장 큰 서울국제도서전 내의 행사조차 철저히 문학을 중심으로 운영돼요. 그러니 인문사회 북페어를 만들어서 인문사회 저자들이 설 자리를,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 더 허무맹랑한 프로젝트인데요, 대학이나 연구소 등 제도권 교육기관 바깥에서 공부하는 독 립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도서관을 비롯한 건물을 짓고, 유학 및 현장 파견을 지원하고, 글을 쓰도 록 독려하고, 그 연구물을 출판하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서 유통하고 싶어요.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에 대한 대학과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노동, 빈곤, 젠더/퀴어, 장애, 전쟁, 기후 문제 등의 현장에서 연구하고 싶어 하는 독립 연구자들에겐 관심이 전무하죠. 인문사회 편집자로서 꿀 수 있는 가장 원대하 고 최종적인 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문사회북페어라 할 만한 논픽션 북페어가 열립니다! 🎊🎉
마티도 참가합니다.
«디스이즈텍스트: 논픽션 북페어»
★ 2026년 1월 31일(토) - 2월 1일(일), 알라딘빌딩 1층
★ 예매 필수: 하루 5타임, 타임별 예약 50명 / 현장 입장 10명
★ 예매 오픈: 2026년 1월 12일(월) 14:00, 네이버예약
★ 국내 첫 논픽션 도서전 ‘디스이즈텍스트’ 기획·준비하는 편집자들의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NO 굿즈, NO 실용서”…‘텍스트힙’ 시대, 진짜 독자를 겨냥하다
★ 참가 출판사 (링크는 인스타그램 계정)
너머북스 @nermer___
두번째테제
들녘 @dulnyouk_pub
롤러코스터 @rollercoaster__press
마티 @matibooks
빨간소금 @redsaltbooks
서내(펜젤) @pensel_publisher
아르테(필로스) @arte_philos
오월의봄 @maybooks_05
원더박스 @wonderbox_pub
이김 @leekim_publishing_house
이음 @eum_books
틈새의시간 @timeofgap_pub
한티재 @hantijae
현실문화 @hyunsilmunhwa
힐데와소피 @hildeandsophie
|
|
|
염결(恬潔)하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염결(廉潔)하다
청렴하고 결백하다.
글을 대하는 그의 엄격함과 염결함은 글을 다루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 김혜진, 『오직 그녀의 것』, 문학동네, 2025, 175쪽.
🤔 둘 중에 어떤 뜻일까요?
|
|
|
구독자분들의 ‘올해의 사건’을 나눠주세요!
⎝⍢⎠
2025년 ‘나’의 사건을 들려주신 모든 구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함께 2025년이라는 구간을 서로 다르기도, 때론 닮기도 한 경험으로 채우며 열심히 통과해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래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께 책팔자 배지 세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추: 익명으로 사건 나눠주신 분들, 그러지 말고 연락 주세요. 배지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
|
|
“올 봄에 무려(?) 남원으로 2박3일 생활기술캠프를 다녀왔어요. 생활기술캠프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직접 고치고 돌보는 기술을 배우자는 취지로, 손으로 익히고, 몸으로 기억하며, 일상에서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익혀보는 시간이었답니다. 생활기술캠프를 다녀오고 얼마 되지 않아 놀랍게도(?) 드럼세탁기가 고장이 났어요. 화면에 나오는 에러코드를 보고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부품만 사면 혼자서도 고칠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부품을 주문하고 공구를 빌려와서 셀프 수리를 했답니다. 낑낑 대며 드럼을 꺼내서 뒷면을 해체하고 부품을 교체하니 제대로 작동! 와우! 드럼 고치는 게 이렇게 신날 일인지, 정말 뿌듯했답니다!” |
|
|
“122호 마티의 각주를 읽다보니 한 가지 일이 떠올랐어요.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고 사소하지 않다면 사소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인데 올해 제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답니다. 작년에 내년엔 만들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올해 만들어져 있어서 신기했어요. 그래서 무언가 소망이 생기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해야 이뤄지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간단한 코드로 돌아가는 웹사이트인데 만들 때 많은 품을 들였어요. 디자인하고…… 구상하고…… 문득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이 정원을 꾸미는 일과 비슷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해는 단단히 기반을 잡아 놨으니 내년엔 웹사이트에 더 많은 연결 고리를, ‘각주’를 달고 싶어요! (이렇게 써두면 내년엔 이뤄지겠죠? 아마도!)” |
|
|
“저에게 올해의 사건은 ‘휴학’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1년을 통째로 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짜릿했어요. 부모님께는 자격증 준비한다는 이유라고 대충 둘러댔지만 사실은 그냥 너무 힘들어서 잠깐 멈추고 싶었습니다.
저는 국어국문이랑 한문을 복수전공 중입니다!! 어릴 때부터 국어학이 너무 좋아서 관련 수업을 들을 때마다 설렜었는데 막상 깊이 들어가 보니 난도가 훅 올라가더군요. 좋아하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실제 학문이 요구하는 깊이 사이의 괴리감이 꽤 컸고 그걸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많이 지쳐버렸습니다. 그래서 휴학을 선택했고 그게 그 시점의 저한텐 최선이라고 판단했어요.
휴학하고 본가에서 지내며 숨 좀 돌리니까 몸도 마음도 확 편해졌습니다. 여행도 다니고 진짜 자격증 공부도 하고 여러모로 리셋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1년이 벌써 지났네요. 휴학하는 동안 제가 진짜 뭘 원하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알게 됐습니다. 국어학 자체는 여전히 좋고, 그 길이 내 길이라는 생각도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좋아하니까!!!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방향은 뭘까도 같이 보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은 유지하되 제가 실제로 같이 잘할 수 있는 분야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보려고 합니다. 이것 또한 제가 좋아하는 분야거든요. 제가 제일 원했(지만 벅차했)던 분야보단 아니지만…….
아무튼! 이제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준비도 어느 정도 됐고 그냥 깔끔하게 정리해서 졸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요즘 저를 제일 설레게 하네요. 그치만 마음 한 편엔 휴학 1년 더 하고 싶기도 합니다. 노는 게 체질인가 봐요.”
|
|
|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