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만에 각주*가 돌아왔습니다. 『메두사의 웃음』에 대해 나눌 재밌는 이야기가 남아 있거든요. |
|
|
뱀 머리로 “경계를 뛰어넘는 읽기 방식을 제안”하게 된 사정
🕯️초초
알라딘 북펀드를 진행 중인 『메두사의 웃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도 메두사 신화에 대해 이야기한 지난 호의 ‘좋은 반응’이 없지 않았기에. 그중 “마티다운 감각적이고 선명한 디자인에 실물 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커”진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의 독특한 내지 디자인을 풀어보려 해요.
이 책의 디자인을 맡아준 김동신 디자이너와 콘셉트 회의 때 나눈 이야기 중 하나가 본문 레이아웃을 실험적으로 가도 좋을 듯싶다는 것이었어요. 앞서 불문학 연구자 이혜인 번역가와 ‘잘 읽히지 않는’ 문체, 낯선 표현을 무조건 매끄럽게 다듬어 ‘가독성’을 높이려는 수정은 「메두사의 웃음」이라는 글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편집 방향을 잡았고요. 강력한 정념과 은유가 사유를 추동하는 글쓰기에, 그것을 강조하는 형태를 부여해도 좋겠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후, 본문 레이아웃 시안이 첨부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김동신 디자이너의 이런 설명과 함께 말이죠. |
|
|
“책의 제본 영역을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끌어들이는 콘셉트의 시안입니다. 펼침면 가운데에 있는 제본 영역은 종이가 종이 더미가 아니라 책이 되려면 생길 수밖에 없는, 책의 기원지 같은 곳이고, 동시에 지면을 좌수와 우수로 강력하게 분리하는 경계이며, 글자가 그쪽에 가까워질수록 안으로 빨려 들어가서 잘 읽을 수 없게 되는 협곡 내지 블랙홀이기도 한, 책이라는 물체에서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1번 시안은 글줄이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 별도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제본 영역을 넘어서 양면을 연결하도록 배열되어 있어 글을 읽으려면 말 그대로 경계를 계속 가로질러야 합니다.” |
|
|
오오, 아아, ‘실험적’인 면이 아주 분명한 디자인이었고, 일단 그에 시각적으로 매력과 설득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거기에 이렇게 멋지고 명료한 설명까지 덧붙었으니! 선택은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이런 내지가 만들어졌습니다. |
|
|
글의 한 행이 왼쪽 면에서 시작해 오른쪽 면으로 이어지는 콘셉트입니다. 책을 펼치면 골처럼 나타나는 제본 영역을 건너뛰어 문장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편집을 하다 보니 책에 문제가 있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상(망)상이 들면서…… ‘일러두기’에 이에 대한 설명을 넣어야겠다 싶었습니다. 한데 어떻게 써야 할지가 상당히 고민됐어요.
…… 그렇게 일러두기에 이런 마지막 항목을 쓰게 됐습니다, 어떤 오글거림(?)을 참고서. |
|
|
(ㅎ..하하😂) 책이 제본되고 제작이 완료돼야 이 본문 레이아웃이 실제 어떻게 구현될지 알 수 있을 텐데요. 교정을 보면서 선명히 느낀 것은 지금의 형식으로 읽고 경험하는 「메두사의 웃음」 그리고 「장미 가시 효과」 특유의 문투가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는 점이에요. 치고 들어오는 이미지, 폭발적인 정념의 발화, 반향하는 몸의 리듬이 기존의 개념과 상징과 서사를 휘어감고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 좀 더 생생히 느껴진다 할까요?! 네네 ‘일러두기’에서보다 느끼한 말을 더 하기 전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음 각주*에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글인 「장미 가시 효과」와 추가 원고들을 ‘선공개’해보려 합니다. 투 비 컨티뉴드 . . . |
|
|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