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나가지 않고 재미공작소 듀엣 팝업+에 나갑니다. 마티에서 20년째 키우고 있는 개복치 책들을 소개할게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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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는 20년째 개복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팔랑
마티의 20년을 돌아보면 어떤 마디들이 보입니다. 쿽에서 인디자인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마디, 일간지 북 섹션 스크랩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시점의 마디, 편집자 동료들이 들고 날 때 남은 마디, 옥탑방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사한 사무실들의 마디... 그중 가장 인상적인 마디를 꼽으라면, 독자 분포가 변화한 마디일 것 같습니다.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개복치의 돌아누움'이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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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었나 어쩌면 2018년이었을까요? 알라딘의 구매자 분포가 서서히 뒤를 돌기 시작하던 때가 말이죠.📈 2005년에 첫 책을 낸 마티가 50여 종의 책을 발간할 무렵(약 2017년 즈음)까지도 내부 구성원이 거의 남성일 거라는, 특히 기획하는 자는 남성일 거라고 성별을 특정하는 추측을 받곤 했더랬습니다. '파우스트의 거래 3부작'(『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푸르트벵글러』)을 포함해 『구경꾼의 탄생』, 『비행선, 매혹과 공포의 역사』 등을 선보이던 시기입니다. 20세기 모더니즘을 탐닉하던 초창기 시리즈들의 당시 교보문고 구매자 분석은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호에서 보낸 1460일』은 그 주제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아무튼 '30~50대 남성' 비율이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알라딘 구매자 분포의 모양을 빗대면 꼬리 없는 개복치가 완벽히 오른쪽으로 누워 있는 형국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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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변화가 시작됩니다. 개복치가 서서히 돌아누울 채비를 시작해요. (20년 전 판매 분포를 이미지로 가둬 놓지 않아서 매우 아쉬운데) 제 기억에 따르면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2018)부터는 차이가 눈에 띌 정도로 '여성 독자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를 한 권의 책으로 경험하기도 했는데, 읽기 쉬운 교양서라고 보기 어렵긴 하지만 바로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입니다. 2008년 초판은 70% 이상이 남성 독자였는데, 사이드 선집 기획을 꾸리며 새로운 표지로 태어난 2012년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는 여성 독자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어섭니다. 그 미세한 간극이 2015년에서 2018, 2019년을 통과하며 점점 더 빠르게 더 극적으로 변화하자, 이 시기 마티의 기획은 오래 멈추며 고민의 늪으로 파고들어갑니다.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세상이 나아가도록 하려면 마티의 책이 누구에게 닿아야 하는가?" 대단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저 이런 반성입니다. "우리가 이제 누구한테 말을 걸지?"
그 탐닉과 탐구의 시간을 거쳐 태어난 기획이 바로 "앳시리즈입"니다. 앳 시리즈의 첫 책 『마이너 필링스』의 개복치는 거의 온전히 왼쪽으로 누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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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토) [재미공작소]에서 열리는 기획전 얘기를 나누다가 『란마 1/2』이 떠올랐습니다. 격투기 선수인 남고생 주인공이 찬물을 뒤집어 쓰면 여자로 바뀌는 그 만화 있잖아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이 만화가 19금인 걸 보고 놀랐어요. 어렸을 때 저는 그걸 어찌 본 걸까요... 이 세상에서 시시때때로 또 숱하게 찬물을 뒤집어 쓸 때마다 여성 독자군이 쑥쑥 자라나는 건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마티의 전반기와 후반기가 여성, 남성 독자군으로 확연히 분리된다는 사실은 서글프게도 자명합니다. (물론 양성으로만 보여지는 데이터의 함정도 고려해야겠지만요.)
영화에 벡델 테스트나 로튼 토마토 지수처럼, 책에도 그런 지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이를 테면... 개복치 헤엄 지수? 아니면 란마 1/2 지수?
어떤 성별이든 어느 세대든 길고 긴 그래프는 기쁨일 테지만, 요사이는 신간을 내놓으면 개복치 몸에 꼬리가 돋아나길 바라듯 '20~30대 남성 독자 그래프'가 길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나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충격적인 세계를 내 머릿속으로 꽂아넣는 책일수록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잡담에 흥미가 생기신다면, 4월 11일 [재미공작소]로 오세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무엇이든 무엇이 아니든, 우야든둥 좋습니다. 호기심만 짊어지고 오셔도 좋고,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토요일 잠깐 즐거운 시간을 기대고 싶은 수줍은 맘도 반가우니 편히 후줄근하게 너털너털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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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반려동물과 함께하거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 비건을 지향하고 육식을 줄이는 것, 그리고 동물단체에 기부하는 것... 모두 맞기도 하고 모두 부족하기도 합니다. 깔끔한 결론에 주력하지 않는 이 책은 많은 동물(그리고 점점 줄어드는 그들)과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고민들을 저자의 일상을 통해 비춰주며, 몇몇 제도, 조치, 법률 등이 동물의 영역과 동물과 사는 일을 번듯하게 정리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동물을 이웃으로 인정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고통없이 살도록 우리의 눈과 손이 닿을 때에만 일말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 추신. 수의사 최태규 선생과 저는 '카라 노동조합 전진경 대표 사퇴 촉구' 집회와 '카라 정상화'를 위한 각종 공론장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이 길고 긴 '카라 정상화' 투쟁에서 수의사 최태규 선생의 기여와 도움은 강력한 힘이 됩니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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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
『공중의 복화술』, 김혜순, 문학과지성사, 2026
『메두사의 웃음』을 옮긴 이혜인 불문학자는 지난 알라딘 북토크 자리에서 “이 글은 읽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읽히도록 쓰였다”라고 했습니다. 비의적이면서 선언적이고, 경험적이지만 초월적이기도 한 『메두사의 웃음』은, 문장을 이해하기에 앞서 몸이 어떤 전율, 긴장, 낙하와 비상을 느끼게 하는 텍스트입니다. 이 살, 이 피, 이 피하지방으로 텍스트를 읽을 수 있고 그래야 함을 처음 안 것은 김혜순 시인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였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쉽게 읽혔습니다. 내처 읽은 후 책을 덮고 나서야 제 몸이 얼마나 달아올라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미세하게 몸이 식는 느낌이 들었고, 목 뒤와 가슴에 얇게 땀이 배어나 있었어요. 지금 말하면서도 신기합니다. 『공중의 복화술』을 읽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자기 몸에 다른 목소리를 들리게(be possessed)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해봅니다. 그것이 좋은 생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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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 린 헌트 지음, 조한욱 옮김, 새물결, 1999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하버마스에 대한 추모글 “유럽의 마지막 지성, 하버마스와 보낸 시간”에서 팔란티어 대표 알렉스 카프는 1990년대의 하버마스를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내가 하버마스에 대해 품게 된 인상은, 그가 미국이라는 기획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료들 일부에게는, 또는 적어도 그들 앞에서는 드러내지 않을지라도, 피와 땅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공화국 안에서 소속을 만들어가는 이 급진적인 실험에 대한 경외감 말이다.” 하버마스가 혈연이나 민족 같은 기반에 근거하지 않는 순수하게 이성적인 공론장이 가능하리라는 믿은 이상적 세계시민주의자였다는 겁니다. 몰론 카프 자신은 더 육체적이고 전통적인 (인종적이라도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토대 위에 공론장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믿었고요. 하버마스의 생각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하버마스의 이 입장은, 하버마스의 표현대로, ‘근대의 기획’ 그 자체입니다. 혈연, 지연, 가족, 씨족, 부족, 왕이라는 가부장적 권위에 근거하지 않는, 시민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해야 이것이 가능할까, 어떤 이야기, 어떤 감각적 관계가 이 새로운 질서를 지탱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까를 두고, 근대의 온갖 미학적, 정치적 실험들이 펼쳐졌습니다.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는 이 실험의 원점을 파헤칩니다. 절대주의가 붕괴하고 난 뒤, 새롭게 설정해야 할 사회적 관계를 가족 로망스로 읽어냅니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를 죽이고 난 뒤, 남은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종류의 가족 로망스를 써가야했는지 묻습니다. 저는 이 로망스에 건축, 음악, 미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근사한 배경, 감각의 매개물이 필요했을테니까요. 근대의 기획이 이제 도무지 가망이 없어보이는 지금, 이 로망스는 어떻게 갱신되어야 할까요? 어쩌면 이 생각조차 낡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효율을 위해 공론장 따위는 생략하는 팔란티어의 세상에는 사회적 아교였던 로망스 자체가 방해물일 테니까요. 이래저래 책장을 넘기는 손이 더뎌집니다.
(절판된 지 오래인 이 책이 복간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아직 중고가가 비싸지 않습니다. 서두르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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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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