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제 눈앞을 스쳐간 표지 시안만 십여 종. 마티에 긴장감이 스칩니다. 며칠간 제 눈앞을 지나간 표지 시안만 해도 십여 개. 표1_최종.pdf인 줄 알았는데 오늘 또 다른 시안이 나왔습니다!? 연달아 두 권을 마감하며 지칠 법도 한데, '이 좋은 책, 힘껏 퍼트려 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자 한 자 깎는 열정이 지구 밖에서도 보일 정도입니다.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편집과 디자인 뒷이야기, 진짜 최종이 아닐지도 모르는 신간 예고, 신설 추천 코너 '마티의 취향'이 아래 이어집니다. 지원사업 덕에 도전하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듣기 by 에디터 P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의 초교를 메일로 받은 때는 2019년 12월입니다. 그때는 원고 제목이 “기호로 읽는 음악”이었습니다. 음악가의 생애와 에피소드, 명반 소개에서 조금 더 깊숙이 음악으로 들어가는 책을 찾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파일을 열었습니다.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후렴구에 500년 전통의 눈물음형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이 원고 아니면 어디서 읽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책으로 엮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나 100개가 넘는 악보와 시대와 장르를 종횡무진 오가는 예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고 비슷한 책이 없어 수요를 가늠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출판지원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힘들겠다고 판단했습니다. 6개월 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메일을 다시 받았고, 다시 6개월 흘러 지금의 모습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음악에 숨어 있는 여러 이디엄과 구조를 소개하는 이 책은 익숙한 곡도 다시 들어보게 만듭니다(책에 언급된 곡들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편집을 하며 여러 차례 원고를 읽으면서 마음 먹은 것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듣기였습니다. 책의 3부 “수사와 이야기로 읽기”는 클래식 음악의 가장 대표적인 형식인 소나타 형식을 수사학의 여러 기법과 함께 다룹니다. 연설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키려면, 어떤 주제를 정하고,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말투와 제스처를 취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겁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다룬 대목, “미사여구와 전달법”입니다. 저자는 작곡가의 방법과 연주자의 방법을 나란히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가 실린 악보와 이를 다시 청중에게 전달하는 연주자의 해석과 테크닉이 결합된 것이니까요. 소나타 양식과 피아노곡의 역사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이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녹음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안드라스 쉬프가 ECM에서 발매한 피아노소나타 전곡을 골라봤습니다. 음반 커버 이미지가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표지와 곧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쉬프의 탁월한 연주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ECM의 서늘하면서 청명하고, 미묘한 잔향이 느껴지는 특유의 녹음도 대단히 훌륭합니다. 오선지 금박이 이렇게 힘들 일인가 by 디자이너 J "오선지가 너무 촘촘하고 가로가 길어서 박 못 찍습니다." 표지 사방 2cm 이상 여백이 있어야 깨끗하게 선이 나온다는 거였어요. 네에? 사방 여백이 0.5cm에도 박 찍은 표지를 봤는데요?! 하지만 저의 반박에는 아랑곳없이 이대로는 절대 예쁘게 나올 수가 없다고 인쇄소가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촘촘한 오선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깔끔한 작업을 위해 여백을 1.5cm까지로 늘리고 오선지의 비율과 띠지 높이를 다시 조정한 후 데이터를 다시 올렸어요. 제발, 2cm까지는 안 가기를! 1.5cm가 욕심이었을까요? 박 작업이 더디다는 연락을 받고 저는 파주로 향했습니다. 두둥. 박은 생각보다 훨씬! 훨씬! 세심한 작업이었어요. 양장 박 작업은 두꺼운 합지에 속표지를 단단하게 붙인 후 진행하는데, 합지 안쪽으로 접어 들어간 속표지 종이(또는 천)의 두께(정말 종이 한 장 두께!)가 박을 찍어 누르는 압력을 분산시킨다는 게 후가공 업체의 설명이었습니다. 속표지 접힌 부분이 단 0.1mm라도 높기 때문에 압력을 더 받아서 박이 더 진하게 찍히고, 나머지는 그만큼 압력을 덜 받아서 연해진단 거였어요. 박을 표지 전체에 쓴 표지를 다시 보니, 정말 끝부분은 더 선명하고 중심은 상대적으로 흐릿하더라고요. 사실 1.5cm 여백은 빠듯했어요. 게다가 선이 삐뚤어지지 않게 맞춰야 해서 작업이 쉽지 않았답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새긴 영롱한 빛을 만끽해주세요☺ 💬 이런 적은 없었다, 또 신간 소식이라니 마티에서 잘 없는 일입니다, 2주 만에 신간 소식을 전하는 건. 어제 [이게_진짜_최종.pdf]를 내보냈으니, 신간 "속보"라고 해도 되겠네요. :) 이 책은 문학, 미학, 정치, 학문의 무대를 가없이 넓혔던 20세기 뉴욕 지식인 판에서 누구보다 예리하고 논쟁적인 글쓰기로 뚜렷한 성취를 남긴 여성 작가 12명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잊지 못할 작품을 남긴 여성들은 늘 핀 조명을 받으며 따로 주목받곤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무대 전체의 조명을 켭니다. 그들이 문학과 지성의 무대 위에 함께 서 있었음을, 수많은 지면 위에서 교류하고 경쟁하며 서로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책임편집을 맡은 에디터 S는 이 원고에 푹 빠져서 원서에도 없는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채워 넣었답니다. 제작비 오르는 소리마저 사랑했다는 후문. 책 제목은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입니다. 12월 초 출간 예정. 마티의 취향 by 마케터J 전시 <아임 디깅> '쓰는 사람' 열일곱 명이 백 일간 자신의 관심사를 디깅노트에 심었습니다. 그 열일곱 가지 관심이 관점으로 자라난 기록에 관한 전시예요. 무언가에 푹 빠진 흔적과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시간을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이번주 일요일에 종료되는 <아임 디깅> 전을 찾으세요! <문제적 인터뷰, 헤이 리슨> 김지수 편 '좋은 인터뷰어는 좋은 인터뷰이도 되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 인터뷰입니다. "정교한 언어로 그 사람의 지금 상태를 읽어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시작입니다"라는 말에서 25년이 지나도 인터뷰가 전혀 편해지지 않는다는 김지수 기자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출판 마티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