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각주*는 책덕후 특집으로 꾸며봤습니다. 네 번째 마티의 각주*는 책덕후 특집으로 꾸며봤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능히 알아볼 책의 미덕 중에 하나인 '찾아보기'가 주인공입니다. 본문 맨 끝에서 책 전체를 펼쳐 보여주는 '찾아보기'를 만드는 마티 나름의 원칙과 전문적으로 찾아보기'만' 만드는 '인덱서'를 소개합니다. 주말에도 소파와 책, 넷플릭스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책덕후들을 위해 '책에 관한 책'과 마티 스태프가 지금 읽고 있는 책도 곁들였으니, 책과 함께하는 9월 시작하시길. 1. 찾아보기는 어떻게 만들까요? 2. 찾아보기 전문가 '인덱서' 3. 종이책 덕후를 설레게 하는, 책에 관한 세 권의 책 4. 9월의 서재 책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찾아보기 만들기 by 에디터S 책 제일 끝에 자리해 존재감이 없는 편인 찾아보기는 독자가 책 전체를 휘젓고 다닐 수 있게 돕고, 필요한 내용을 재빨리 찾을 수 있게 안내하는 알짜배기 부속입니다. 요즘은 찾아보기를 ‘굳이’ 넣지 않는 책도 종종 만나지만, 마티는 찾아보기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마티는 본문에 외국어를 병기하지 않는다는 편집 원칙이 있어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죠. 미묘한 중의적 표현이나 오독의 여지가 있는 개념엔 병기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찾아보기에 꼭 원어를 넣어요. 『강철왕국 프로이센』에서 빌헬름과 프리드리히가 수없이 나오지만, 내가 원하는 빌헬름을 콕 집어내주는 내비게이션! 찾아보기가 있으니 걱정 마시길.
찾아보기에도 ‘위계’가 있어요. 핵심 단어 아래로 관련 항목을 가지치다 보면 자연히 생깁니다.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히틀러에 대한 유일한 내부 보고서』 찾아보기에 ‘히틀러’가 빠질 수 없겠죠? 하지만 히틀러가 나오는 쪽수를 기계적으로 전부 찾으면 수백 개는 훌쩍 넘겠고요. 그래서 핵심 관련어를 뽑아 하위 항목을 만듭니다. ‘히틀러’의 하위 항목은 무려 48개네요. 개, 건축, 『나의 투쟁』 등등. 하하위 항목으로까지 가지를 친 경우도 10여 개고요. 히틀러만 찾는 것도 아니고 ‘히틀러와 개’가 교차하는 쪽수를 어떻게 찾냐고요? 다시 읽으면서요😱
저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에서 ‘집에서 만드는 고기 육수’가 25쪽에 있고, ‘크로스티니’는 100쪽에, ‘안초비 손질법’이 19쪽에 나온다는 걸 외웁니다. 정말로요. (그래서 마케터 J가 옴총 놀랐었죠!) 본문에서도 수십 번 나오고, 찾아보기 만들 때도 여러 번 만난 페이지거든요. 손이 외워버렸어요. 찾아보기는 제일 마지막에 하는 작업이라 이게 끝나는 날이 마감 날이나 다름없어요. 마티 인력이 총동원돼서 쪽수를 찾아 넣고 있다 보면 어느덧 노동요가 플레이되고 사무실은 '찾아보기 공장'으로 변한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찾아보기에 공들이는 출판사가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찾아보기의 끝, 본문의 헤쳐모여 by 에디터P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책의 핵심 소재가 되는 단어는 너무 많이 등장해서 정작 찾아보기 항목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베토벤을 다룬 책에서 ‘베토벤’이 찾아보기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수백 번 언급된 이 ‘베토벤’을 찾아보기에 집어넣은 책이 있습니다. 바로 『소리 잃은 음악』의 영문판, Hearing Beethoven입니다. 이 책의 찾아보기 베토벤 항목은, 본문에서 베토벤이 등장할 때마다 베토벤의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하나하나 밝힙니다. 베토벤의 물건, 또는 베토벤의 상태, 베토벤의 행위는 물론이고, 역사적 해석 속에서 베토벤의 위치 등, 저자의 머릿속보다 더 투명하게 언어 사용의 맥락을 낱낱이 추적해 두었습니다. 베토벤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인명과 개념을 막론하고 모든 찾아보기 항목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본문 전체를 찾아보기 항목 순서로 재나열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물론 한국어판은 이렇게 만들지 않았습니다(못했습니다). 이런 찾아보기는 편집자는 물론이고 저자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전문가가 필요한 일입니다. Hearing Beethoven의 어마어마한 찾아보기는 편집자이자 찾아보기전문가(indexer) ‘메그’가 만들었습니다.
매우 드문 찾아보기를 만든 메그는 저자 로빈 월리스의 현 아내입니다. 『소리 잃은 음악』은 베토벤 연구자인 저자가 아내의 청각 상실을 옆에서 지켜보며, 베토벤을 통해 아내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과, 아내를 통해 소리 잃은 베토벤의 작곡과 음악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교차로 편집된 책입니다. 청각을 잃은 아내는 현 아내가 아니라 전 아내 바버라입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헌사로 전 아내와 현 아내에게 책을 바칩니다. “사랑하는 바버라를 추억하며, 그리고 넘치는 애정을 이 책에 담아준 메그에게” 종이책 덕후를 설레게 하는, 세 권의 지적인 책 우리는 덜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읽을 뿐이다. 다음에 올 책은 무엇일까?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중에서 고유의 분위기를 간직한 동네책방에서 책장을 살며시 넘겨보며 책 고르는 일을 좋아합니다. 적당한 리듬감의 플레이리스트 틀어놓고 작가가 이끄는 세계로 빠져드는 것도, 읽다가 꽂히는 문장에 연필로 밑줄을 스윽 긋는 것도 너무 좋아요. 완독한 뒤에 읽는 동안 떠올랐던 친구에게 선물하는 일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책 한 권을 둘러싼 설레는 마음을 오래 누리고 싶어요.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말이에요. 오늘은 책덕후라면 저처럼 눈을 반짝이며 읽을, 책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세 권을 골랐습니다. 연구자이자 시인이자 북아티스트인 저자 애머런스 보서크는 종이책에 대한 감상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책을 오랜 역사에 걸쳐 변화해온 기술이자 예술로 바라봅니다. 책의 발전사를 점토판에서 터치스크린으로 나아가는 직선적 경로로 묘사하지 않고, 책의 구조와 제작 기술, 시대적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내고 있죠. 본문 사이사이 스며든 책에 관한 격언과 함께 사물, 내용, 아이디어, 인터페이스 차원에서의 책을 물고 뜯고 씹고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2. 푸투라는 쓰지 마세요 ‘푸투라’를 처음 들어보셨나요? 푸투라는 서체의 이름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라도 푸투라 서체를 본 적 없는 현대인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작년에는 푸투라를 사랑한 바바라 크루거의 전시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진행되기도 했죠. 미국 대통령 선거, 나사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부터 나이키의 Just Do It까지, 책에서는 풍부한 시각 자료와 함께 푸투라가 기술과 상업, 취향과 편의, 의미와 은유의 힘을 입고 현대인의 삶 구석구석으로 침투해온 여정을 추적합니다. 집 한 채를 팔면 책 7권을 살 수 있던 시절, 책은 세상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책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책을 읽는 행위가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 여겨져 묵독조차 허용되지 않았다고 해요.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에는 돈 많은 귀족만이 유명한 필경사를 불러 갖고 싶은 책을 발주하던 그때, '도대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책을 만들었을까'에 대한 모든 답이 담겨 있습니다. *파란 글자를 클릭하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어요. 9월의 서재 🍏에디터S: 우울증에 대한 거침없는 자기고백과 탐구의 결정체, 한낮의 우울(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음사, 2004). 건조한 무+비트를 넣고 끓인 차를 홀짝이며 블루블루한 주말들을 보냈답니다. 700쪽짜리라 아직 읽고 있어요... ⚡️에디터J: 황조롱이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유투브로 시청하다가, 우리 곁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이 궁금해서 찾아낸 탐조 가이드북 한국의 새(이우신 외 지음, LG상록재단, 2014). 커다란 기업 로고가 결제까지 조금 주춤하게 만들지만, 새의 명칭과 분류부터 분포도까지 매우 잘 만들어진 책. 🐶에디터P: 프로이센이 몸집을 불려가던 그때 프랑스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집어든 괴제 나폴레옹3세(가시마 시게루 지음, 글항아리, 2019). 개발 독재가 프랑스에도 있었음을, 나폴레오3세에 대한 재평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J: 디자인 실무를 하다 보면 내 디자인에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져요. 우연히 에디터P에게 건네받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노먼 포터 지음, 작업실유령, 2020)는 디자인 상황에 끊임없는 질문을 해서 흥미롭게 읽고 있답니다. 🍷마케터J: 프랑스의 1세대 내추럴 와인 생산자를 생생한 인터뷰로 만날 수 있는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최영선 지음, 한스미디어, 2020) 알자스 오렌지 와인 한 병 까며,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 꿋꿋하게 신념을 지킨 대가들 이야기에 빠져드는 시간이었어요. 각주 다는 사람들 🍏에디터S ⚡️에디터J 🐶에디터P 🧶디자이너J 🍷마케터J 도서출판 마티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