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올해의 퓰리처’가 발표됐습니다. 올해 수상작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인종차별과 혐오, 배제에 대항하는 주제와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소설 부문에선 전작에서도 아메리칸 원주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던 루이스 어드리크(한국에도 다수 작품이 번역돼 있어요)가 그들의 비극에서 눈 돌리지 않고 쓴 The Night Watchman 으로 수상의 기쁨을 안았습니다. 논픽션 부문은 1898년 노스캐롤라이나 월밍턴에서 있었던 백인 폭동 사건을 파헤친 Wilmington's Lie 로 데이비드 주키노(David Zucchino)가 수상했어요. 마티가 편집 중인 『마이너 필링스』는 수상작과 끝까지 경합한 최종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캐시 박 홍이 쓴 『마이너 필링스』가 큰 주목을 받는 상황은 얼마간 코로나 때문입니다. 교묘하게 가려져 있던 아시안 혐오가 추하게 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요. 코로나를 기점으로 이렇게 문명의 퇴행이 선연해진 한편, 우린 문명의 진보도 확실히 경험할 수 있었죠. 갇혀 지내야 했던 한동안, 집에서 의외로 다종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걸 알았잖아요?! 관건은 실내 환경이 얼마나 받쳐주느냐지만요... 이동하는 길 위가 아니면 대체로 육면체 실내에서 살고 있으니, 인간은 ‘실내종’으로 진화했는지도요.
여러분을 실내에 묶어둘 책들, 오늘 각주에서 찾아보세요.🙌 "이불 밖은 위험해", 『우리는 실내형 인간』 🔇 모베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 기간에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실내형 인간’이라는 점 아닐까요? 각종 배송업 등 일과 시간 내내 바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무직 종사자 및 학생들, 은퇴 후 생활자 등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은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혼수 시장에서 빠진 이후 매출이 줄었던 고급 오디오 시장이 반등하고, IKEA의 매출이 급증했다는 소식들 역시 집 안에 머무른 시간이 늘어났다는 걸 말해줍니다. 집 안에 오래 있으니 실내 환경에 신경을 더 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화분을 놓고, 가구를 바꾸고, 하이파이 시스템을 개비하는 것 말고, 그러니까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 말고, 실내 환경을 전반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여기를 파고듭니다. 구호와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계단을 더 이용하게 할 것인가, 학교 급식실이 어떻게 먹는 습관을 바꿀 수 있는지 같은 대단히 실제적인 문제에서 시작합니다. 나아가 샤워꼭지와 집안 먼지에 도대체 어떤 미생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지 현미경을 들이대고, 인간이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 우주선을 타고 저 멀리 나가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인구구조의 변동과 급격한 기후 변화에 집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잊지 않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시대, 집은 ‘이미’ 노인들의 낙상을 예방하고 보호자에게 사고를 신속히 전하기도 합니다. 홍수가 나 수면이 상승하면 집이 떠올랐다 물이 빠지면 다시 내려가는 주택도 진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형태나 라이프스타일, 취향과 정체성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운동의 핵심은 친절함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디자인은 더 친절한 건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이너 필링스』 줄을 잇는 수상 소식을 전하며 🦻 팔랑 지난 주말, 2021년 퓰리처 상이 발표되었습니다. 퓰리처 상은 수상자와 최종 후보를 동시에 발표하는데요,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작에 마티가 한창 작업 중인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가 선정됐습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SNS를 들썩였습니다. 캐시 박 홍이 재직 중인 럿거스대학교 뉴어크캠퍼스 예술대학은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멘션을 띄웠고, 그는 “말도 안 돼!”라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어요. 마티는 더 흥분했습니다. 주말엔 단체 카톡방을 꼭꼭 걸어 잠그는데, 이 소식에 빗장이 풀리고 다들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퓰리처 상 소식 전부터 이 책은 미국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어요. 유력지 중에 추천사를 싣지 않은 곳이 없었고,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드라마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결정됐습니다.
✦ 2021 퓰리처 상 파이널리스트
✦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10대 논픽션
✦ 앤드류 카네기상 우수상 후보
✦ 뉴욕공립도서관 올해 최고의 책
✦ 워싱턴포스트, NPR, 뉴 스테이츠먼, 버즈피드, 에스콰이어 올해 최고의 책
✦ 아마존 문학비평, 예술 분야 #1위
✦ 영화 <미나리> 제작사 A24 드라마 제작 결정
미국에서 제2의 리베카 솔닛으로 불리는 탁월한 에세이스트 지아 톨렌티노,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자전적 소설을 써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비엣 타인 응우옌 등 작가들의 추천과 찬사도 줄을 이었습니다. ❝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영향력, 새로운 정신을 추구하는 그녀의 글쓰기는 ‘하얗게 보지 않는 해방된 세상’ 그 자체다.❞ — 지아 톨렌티노(『트릭 미러』 저자)
❝ 이 책을 읽는 것이 인간이 되는 방법이다.❞ — 클라우디아 랜킨(Citizen 저자)
❝ 『마이너 필링스』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캐시 박 홍은 오늘날 아시아계 미국인이 느끼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낱낱이 그리고 선동적으로 따지고 든다. 소수적 감정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다.❞ — 비엣 타인 응우옌(『동조자』,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 퓰리처 수상 작가)
❝ 굉장하다! 누군가 나를 끌어다 의자에 앉히고 ‘네 감정이 진짜라고!’ 말하며 어깨를 흔드는 것 같았다.❞ — 미라 제이콥(Good Talk, The Sleepwalker’s Guide to Dancing 저자)
❝ 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생소하다. 억압의 틀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편견을 경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풀어내는 이 글은, 잔인할 정도로 매순간 자신을 자각하며 분노를 껴안은 채 정체성 문제를 파고든다.❞ — 『타임』
❝ 잘 벼린 칼날처럼 번쩍거리는 자아성찰로 장전한 이 에세이는 순수하고 어두운 유머를 도처에 쏘아댄다.❞ — 『뉴욕 타임스』
아마존 독자 리뷰도 천 개를 훌쩍 넘었어요. 그중 몇 개를 뽑아 나눠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쓴 리뷰들은 가끔 먹먹했고, 또 가끔은 통쾌했는데, 서툰 영어 때문에 잘 옮기진 못했어요.
★★★★★ 문장이 정말 아름답게 흐르면서도 박력 있다. 캐시 박 홍은 몇 마디 말로 배짱과 감정을 표현해낸다.
★★★★★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자라면서 느낀 모든 게 이 책에 있다. 내 목소리를 듣는 것만 같아 불안하지만 한편으론 자유롭다.
★★★★★ 마침내 나를 설명해주는 글을 만났다. 에세이와 서정시가 뒤섞인 이 책은 진실과 공명한다.
★★★★★ 아시아계 1.5세대나 2세대뿐 아니라 정말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도전적인 대화를 다시 쌓아갈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마티 편집부는 몇 날 며칠 『마이너 필링스』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담당이 아닌데도 다들 읽고 각자의 마음을 후려친(!) 문장들을 던지고 받죠. 그러다 절로 알게 됐어요, 이 책이 왜 이다지도 우릴 흔드는지. 그건 우리도 어떤 ‘소수적 감정’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이 일으킨 바람에 한참 흔들리는 중인 편집부의 『마이너 필링스』 프리뷰를 전합니다.
❝ 미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차별, 예의바른 불평만을 용인하는 사회, ‘정체성’ 문제를 사소하다고 취급하는 무례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캐시 박 홍은 무엇이 ‘아니라는’ 이유로 존재를 삭제 또는 축소당한 사람들 사이에 서서 묻습니다. 우리 안에 자라고 있는 소수적 감정은 얼마만한 크기일까요? 어떤 모양일까요? 『마이너 필링스』를 이민 2세대의 자전적인 글로만 협소하게 본다면, 우리에게 던지는 이 질문을 놓치고 말 거예요. ❞
언제 출간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지금 캐시 박 홍이 한국어판 서문을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덧붙이는 소식
마티가 『마이너 필링스』를 시작으로 앳(at) 시리즈를 출간합니다.
앳 시리즈는 정체성 탐구의 복판을 관통하는 질문 ‘이 세계에서 내 위치는 어디일까’에 답해가는 작업입니다. 또한 개인의 몸과 감정을 통해 지배 구조를 재인식하고 비평하는 ‘자기 이론’(AutoTheory)적 시도입니다.
여성/남성, 피억압자/억압자, 빈자/부자, 장애인/비장애인, 성소수자/이성애자 등의 대립항에 갇혀 있지 않으려는 몸부림, 교차하는 정체성의 스펙트럼 속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역동,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부분적임을 알고 나와 타인의 위치와 연결될 때 종합적인 성찰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신념을 엮고자 해요. 권력 바깥에 있는 사람들, 침묵의 자리를 거부하는 사람들, 기득권에서 기꺼이 탈주한 사람들과 책이라는 장소에서 함께하고자 합니다.
1.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노시내 옮김
2. 미셸 렌트 허슈, 『젊고 아픈 여자들: 괜찮아 보이려 애쓰는 생활에 관하여』, 정은주 옮김
3. 로런 포니어, 『자기 이론: 미술, 글쓰기, 비평에서의 페미니스트 실천』
(출간 순서와 제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으로 채우는 초여름 ❝요즘 잠자기 전에❞ 읽는 책 이렇게 밑줄을 많이 그은 자서전은 처음입니다. ‘단기 20세기’를 온몸으로 헤쳐온 공산주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문장들이 빼곡합니다. 🦻 팔랑 - 『고양이와 할아버지』 마티의 소중한 이웃 가운데 '동물권 행동 카라' 센터가 있어요. 오면가면 수시로 활동가 선생님들과 산책하는 멍뭉이들을 만나지요. 최근에 카라의 '킁킁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어요! 덕분에 밤마다 꼬맹이와 즐겁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요즘 천천히 읽고 있어요. 진도는 더디게 나가지만 읽을 때는 충만한 기분입니다. "다뉴브는 사라지지 않는다, 헛된 약속도 안 한다, 끄떡없이 견디고 있다, 변함없이 우리 눈앞에서 흘러간다." 🦈 조스바 - 『섬』 읽으려고 사둔 책이 한 기둥 쌓여도 『섬』만 읽는 것 같아요. 아스라이 떠오르는 일상을 넘겨보다 잠이 듭니다. 카뮈의 서문이 굉장히 유명하니 꼭 읽어보시길! 『어둠의 속도』냐 『어둠 속의 항해』냐 고심하다가 선택했어요. 짧아진 밤을 혼자 아쉬워하며, 낙오된 삶을 어떻게든 꾸려내는 애나를 응원하며 잠이 듭니다. (영화 「프란시스 하」를 다시 보고 싶은 소설.) # 커피 🦈 조스바: 보레이 운 카페 페르 파보레(Vorrei un caffe' per favore)~? 리사르 커피에서는 이렇게 주문해야 할 것 같았어요. 서서 에스프레소를 들이킨 후 턱을 괴고 있으니 마치 10년 전처럼 피렌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설탕을 잔뜩 치고 바리스타와 수다를 떨다가 목젖이 보이도록 힘차게 원샷을 하고 나가버리는 이탈리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밖으로 나가면 두오모 대신 약수 순대국이 있지만요. 저는 당연히(?) 커피 세 잔을 한꺼번에 시켰어요. 첫 잔은 카페 에스프레소, 다음은 카카오 파우더와 크림이 들어간 카페 피에노, 마지막 잔은 에스프레소에 크림과 우유가 들어간 카페 오네로소. 저에겐 단연 카페 에스프레소가 가장 좋았어요. 일단 향부터 묵직합니다. 입술에 닿기도 전에 코에서 이미 맛이 느껴져요. 한 모금 넘기면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나면서 그 묵직한 맛이 가볍게 사라집니다. 그냥 맛있다는 말이에요. 다음 잔부터 크림 때문에 점점 부드러워져요. 카페 피에노는 카카오 파우더를 뿌려서인지 쌉쌀, 짭짤, 달콤하고요. 카페 오네로소는 우유 때문인지 훨씬 부드럽고 향이 은은해서 카페라떼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 칵테일 🌱 죽순: 『한국주택 유전자』를 붙잡고 있은 지 5개월쯤 되던 어느 날, 감귤즙 한 상자가 사무실로 도착했습니다. 깔딱고개 마냥 마지막 교정지를 쉬이 넘지 못하는 제가 짠해 보였는지 친구가 보내준 간식이었어요.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잠이 올랑 말랑 하는 3시쯤 한 포 꺼내 마시면 당이 쭉쭉 올라 좋더라고요. 100% 감귤이라 쩍쩍 달라 붙는 단맛 없이 깔끔! 그야말로 상큼 달달 시원한 수액! (광고 아님.) 이탈리아 리큐어 캄파리에 섞으면 진한 오렌지빛이 도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어요. 보통 오렌지주스를 쓰고 블러드 오렌지 한 조각으로 멋을 내지만, 이 감귤즙, 예상외로 캄파리와 몹시 잘 어울립니다. 캄파리 알콜 도수가 20%이니 색이 예쁘다고 콸콸 부으시면 안 돼요. 오늘의 각주를 위해 제조한 칵테일은 지금 제 손안에 있습니다. 취해가는 중이에요. 책 좋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면? |
편집진이 띄우는 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