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을 기다립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구멍을 내지는 맙시다)
🌱죽순
본디, 구멍이란, 감춰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본디, 얼룩이란, 표백해야 하는 것이었단 말이죠.
허나, 복태와 한군에게는 아닙니다. 그들은 양말이나 옷의 구멍에 오색 실을 끼워 “여기 구멍이 났다!”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얼룩이 있던 자리에 자수를 놓아 “이 자리에 김치국물이 튀었다!”라고 방송합니다. 왜냐면, 좀 많이 예쁘거든요. 복태와 한군의 치앙마이식 바느질이요.
눈에 띄게 수선하는 ‘비저블 멘딩’(visible mending)은 뉴욕, 베를린, 파리 등 트렌드를 주도하는 도시와 예술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예술 장르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어요. 복태와 한군은 자신들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수선 바느질에 일반명사 비저블 멘딩이 아닌 ‘치앙마이식 바느질’이라고 이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으로 성황리에 전파 중이죠.
그들이 전파하는 바느질은 ‘치앙마이 정신’과 세트입니다. 완벽, 열심, 속도 대신 멈춤, 느긋함,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정신은 복태와 한군의 스승 액이 전수해준 것이라고 해요. 책에 ‘치앙마이 정신 테스트’를 실었으니, 꼭 한번 해보세요!
죽음의 바느질 클럽(인스타그램 @da_jojin_da)에 푹 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그중 뮤지션 요조 님과 삽화가 임진아 님도 계세요. 두 분께서 정성스럽게 써주신 『죽음의 바느질 클럽』 추천사 전문을 공유합니다.💚
“복태와 한군에게 배운 바느질로 내가 구해낸 물건들이 한둘이 아니다. 탄성을 잃어 흘러내리는 니트 모자, 오래 입어 구멍난 청바지, 튿어진 수건... 그런데 바느질의 효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바느질에 집중하는 동안 탁하고 어수선했던, 독하고 뾰족했던 마음이 맑고 순한 빛을 찾아갔다. 수선은 옷감뿐 아니라 마음에서도 이루어졌다. 바느질을 마치면 내가 고쳐낸 물건들처럼 내 마음도 새로운 모습으로 짱짱해졌다. 이제 구멍나고, 찢어지고, 망가진 모든 것 앞에서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한땀 한땀 기워나가면 그만이니까.”
_ 요조(뮤지션, 작가)
“틈만 나면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 삶의 표면에 무늬를 수놓고, 확실한 매듭을 짓는 사람들, 복태와 한군. 이 둘이 쓰고 마침표를 찍은 이 책에는 수선하는 자의 모든 마음이 담겼다. 물건을 오래 바라보는 마음, 무언가를 살리는 데 온 시간을 쓰는 마음, 내 삶을 아끼듯 모두의 삶을 아끼는 마음.... 수선하는 마음은 나와 우리를 돌보는 마음이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가는 모든 일에 손바느질 같은 시간을 쓰고 싶어졌다. 일단 찌르고, 실이 가는 대로 꿰매며, 그렇게 나아가기로. 이 과정이 나의 자국이 될 거라고.”
_ 임진아(삽화가,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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